[기고]10월 문화의 달에 대전시장님께 드리는 건의문-과학도시를 넘어 문화도시 대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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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문화의 달에 대전시장님께 드리는 건의문-과학도시를 넘어 문화도시 대전으로-

남계 조종국/원로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의장

  • 승인 2026-09-30 11:0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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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국 원로 서예가
존경하는 허태정 대전시장님께!

대전은 참으로 특별한 도시입니다.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이북 5도 등 전국 각지에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나누며 오늘의 대전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개방성과 다양성은 대전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지역 고유의 문화적 뿌리와 공동체가 형성되는 데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문화예술 기반이 취약한 도시, 1980년대에는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과거의 평가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할 때입니다. 대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도시로 성장했으며 정부 출연 기관과 대학, 기업들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와 도시의 규모와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걸맞은 문화예술의 성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도시의 경쟁력은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얼마나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리고 예술인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도시의 진정한 수준을 결정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대전의 문화예술 정책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대전시 지원정책의 한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떠져나옵니. 문화예술이 국가와 도시 발전의 원동력임에도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뒤처져 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시장님께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문화예술 지원은 단순히 예술인에게 예산을 나누어 주는 일이 아닙니다. 한 예술가의 창작을 돕는 것은 대전의 문화자산을 키우는 일이며, 하나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며 지속적인 문화예술 사업은 대전의 미래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에 대전의 문화예술 정책을 일회성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해 주실 것을 간곡히 건의 드립니다.

첫째,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주십시오.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 보면 대전의 문화예술 지원 수준과 인프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과감히 보완해야 합니다. 기존 사업의 단순한 확대에 그치지 말고, 대전의 위상과 규모에 걸맞은 문화예술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세워 주십시오.

둘째, 지역 예술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 주십시오.

예술인들이 대전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창작공간과 공연·전시 기회를 확대하고, 신진 예술인뿐 아니라 중견 예술인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장르와 세대를 넘어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지원체계를 구축해 주십시오.

셋째, 시민의 일상 속에 문화가 살아 숨 쉬게 해 주십시오.

문화예술이 일부 시설이나 특정 계층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시민 누구나 생활 가까이에서 공연과 전시, 문학과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공간과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 문화예술이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도시를 만들어 주십시오.

넷째, 문화예술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 주십시오.

행정이 계획하고 예술인이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예술인과 전문가, 시민들이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함께 해법을 찾는 문화 행정이 필요합니다.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때 실효성 있는 문화예술 정책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님에 확고한 문화예술 철학과 의지를 보여 주십시오.

대전은 이미 <과학도시>라는 훌륭한 도시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나, 이제 여기에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야 합니다.

과학이 대전의 머리라면 문화예술은 대전의 마음입니다. 과학기술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간다면 문화예술은 그 미래에 인간의 가치와 창의성, 감동을 불어넣습니다. 문화예술은 사람을 모으고 마음을 연결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미래 세대에게 대전의 자긍심을 물려주는 힘입니다.

시장님께서 앞으로의 임기 동안 대전의 문화예술 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큰 결단을 내려 주신다면, 이는 단순한 예산 확대 이상의 의미, 갖게 될 것입니다. 대전이 과거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어나 <과학과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품격 있는 도시>로 거듭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허태정 시장님,

이제는 대전의 문화예술이 행정의 변방에 머물지 않고 도시 발전의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과감한 문화예술 혁신정책과 지속적인 투자를 추진해 주시기를 정중히 건의 드립니다.

훗날 시민들이 대전의 역사를 돌아보며 " 허태정 시장님 제2기 때 대전의 문화예술이 달라졌다." 라고 기억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산수(傘壽)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개인의 작품활동과 일상의 많은 부분을 뒤로하고, 이름을 남기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 흔적 없이 사라질지도 모를 지역의 문화공동체를 일구는 일에 오랜 세월을 바쳐 왔습니다.

이제 그 경험과 마음을 개인의 삶에만 간직하지 않고, AI 시대를 맞이한 대전의 미래와 150만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디 시장님께서 대전의 문화예술을 위해 깊은 관심과 확고한 철학, 그리고 과감한 결단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간곡히 건의 드립니다.

남계 조종국/원로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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