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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
그러나 아무리 정책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법과 행정의 잣대만 들이대면 선량한 농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금 농촌을 한번 돌아보자. 20~30년 전 농사가 힘들다며 논밭을 팔고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며 생활기반을 마련하고 노년이 되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귀농·귀촌인에게 교육, 정착, 주거 및 각종 농업 관련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을 지원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 농촌을 떠나지 않고 20년, 30년, 4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농촌을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그에 못지않게 충분한가 하는 것이다.
쌀값이 떨어져도 농사를 지었고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가 올라도 논밭을 지켰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날 때도 고향에 남아 농로를 관리하고 마을을 지키며 농촌 공동체를 유지해 온 사람들이 지금의 고령 농민들이다.
그들에게 남은 재산이라고는 평생 일군 논밭 몇 마지기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제 나이가 70세, 80세가 되어 허리가 아프고 농기계를 운전하기 어려워졌다고 해서 과거 수십 년의 농업경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행정자료나 현재의 경작상태만으로 이들을 단순한 비경작 농지 소유자와 같은 범주에 넣는다면 그것이 과연 공정한 농정인가.
현행 농지법도 이러한 현실을 전혀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60세 이상 농업인이 5년 이상 자경한 농지 등은 일정 요건에서 적법한 임대가 가능하며,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는 농지은행을 통한 위탁임대 방법도 있다.
또한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됐다고 해서 곧바로 농지가 강제처분되거나 농지 가액의 25%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먼저 1년의 자진처분 기간이 있고, 일정 요건에서는 처분명령 유예도 가능하다. 이후 처분명령까지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농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법이 존재하는 것과 농촌 현실에 맞게 법을 집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촌에는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는 땅이 많다. 자녀들은 도시로 떠났고 마을에는 농사를 이어받을 젊은 사람도 부족하다. 80세 노인에게 "직접 농사를 짓든지 땅을 처분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그 땅을 사거나 경작할 사람이 없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의무가 될 수 있다.
더구나 2026년 농지법 개정으로 처분명령과 관련한 행정집행이 강화됐다. 그렇다면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먼저 농민이 합법적으로 농지를 임대하거나 농지은행에 맡길 수 있는 길을 충분히 열어놓아야 한다.
나는 정부에 묻고 싶다.
20년, 30년 도시에서 생활하다 노년에 귀농한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20년, 30년 농촌을 떠나지 않고 농사를 지켜온 사람은 왜 그에 못지않게 보호하지 않는가.
평생 농사를 지은 사람이 논밭 몇 마지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불리함을 느끼고, 이제는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다는 이유로 행정처분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농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농지 전수조사의 기준부터 현실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20년 이상 장기 실경작자, 고령농,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영농능력이 떨어진 농민, 농지를 팔려고 해도 거래가 어려운 지역의 농민에게는 충분한 유예와 합법적인 임대·위탁의 길을 먼저 제공해야 한다. 농업경영체 기록, 과거 농지원부와 농지대장, 농산물 판매내역, 농자재 구매자료 등으로 장기간 실제 농사를 지어온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경력을 행정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반면 농업경력도 없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편법으로 임대해 온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면 된다.
투기꾼과 농민을 구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농지정책이다.
농지법의 목적은 농민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농지를 보전하고 농업을 살리는 데 있어야 한다. 평생 농촌을 지킨 농민에게 노년에 남은 논밭 몇 마지기 때문에 불안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면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현장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농민에게 "땅을 처분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농촌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국가가 합법적으로 농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농정을 만드는 것이다.
농지 투기는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 그러나 평생 농사꾼까지 투기꾼의 잣대로 재서는 안 된다.
그것이 농촌의 현실이고, 정부가 이번 농지 전수조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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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