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다문화] “아기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 한국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기까지

  • 다문화신문
  • 천안

[천안다문화] “아기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 한국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기까지

  • 승인 2026-11-08 10:59
  • 신문게재 2026-03-07 28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일본에서 미용사로 일하던 시절, 일본에 유학 온 한국인 남성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한국어를 거의 하지도, 읽지도 못했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었다.

"일본에서는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 오니 마치 아기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은행이나 마트에도 혼자 가기 어려웠고, 그게 정말 속상했어요."

그 답답함은 한국어를 배우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에 온 지 약 3개월 후, 한국인 직원과 손님이 대부분인 미용실에 취업했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일부러 더 어려운 환경을 선택한 것이다.

빠른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손님에게 재촉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문화와 업무 방식의 차이를 하나씩 배워가며 적응했다. 한국에서 미용사로 일하기 위해 자격증에도 도전했다. 한국어로 치르는 필기시험은 쉽지 않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리하지 않도록 정정당당하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 남편은 "100번 떨어져도 101번째에는 붙을 수 있으니 계속 도전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서울에서 약 5년간 미용사로 일한 뒤 천안에서 자신의 미용실을 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이어갔고, 둘째 출산 후에는 두 달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큰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고객들의 소개와 입소문을 통해 일본인뿐 아니라 중국인, 태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도 있다.

그녀에게 미용실은 머리를 하는 곳만이 아니다. "오늘은 머리하러 온 게 아니라 이야기하러 왔어요"라는 고객의 말처럼,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모국어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 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앞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외국인들에게 나누고 싶어 한다.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에요. 모르는 것투성이였어요. 하지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납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결혼이민자들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말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걸어온 길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테니까요."
오노이쿠요 명예기자(일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기 조사중지' 벽 넘었다…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2.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3. 기존 위성영상의 '경제적 재발견'… 컨텍, AI 영상 처리 솔루션 개발
  4. ETRI, 국제 자율탐사 로봇 경진대회 우승… "자율탐사 알고리즘 활용"
  5.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1.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부지에 주거단지…청년주택 200세대 포함
  2.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 13일 금융경제강좌 3회차 진행
  3. 대전 서구의회, 정책연구·윤리심사 위원회 구성 완료
  4. 대전 중구의회 김석환 의원,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수상
  5. 대덕구의회, 장기 파행 끝 정례회 개최…806억 추경안 심의

헤드라인 뉴스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와 행정의 중추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추진된 세종 행정수도 건설. 그러나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멈춰 섰고, 20여 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11일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의 축조심사가 예정되면서다. 시간은 많지 않다. 향후 예상되는 정치적 여건과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기관 이전 정책 등 상황에 비춰볼 때, 특별법 제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골든타임'을 맞이한 상황이다. 특히 헌법이 정한 정기국회 시한이 불..

345㎸ 송전선, 세종 4개 면 경유 확정… `지중화` 얼마나 가능할까
345㎸ 송전선, 세종 4개 면 경유 확정… '지중화' 얼마나 가능할까

<속보>=345㎸ 초고압 송전선로 경유지에 세종시 금남면 등 4개 면이 포함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026년 9월 18일자 3면 게재> 203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는 신계룡~신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 3년 만에 최적 경과지를 도출하면서 구체적인 노선과 경유 지역별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남면과 장군면이 송전선로 지중화 검토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내년 하반기 실시설계에 앞서 지역 여건과 주민 수용성, 한전의 심사 결과 등이 사업 추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한국전력공사와 세종..

[금산다문화] 대전에서 열린 필리핀 피에스타 데이, 전통 의상과 문화로 하나 되다
[금산다문화] 대전에서 열린 필리핀 피에스타 데이, 전통 의상과 문화로 하나 되다

지난 10월 11일, 대전광역시의 한 실내 체육관에서 필리핀 피에스타 데이(Filipino Fiesta Day)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필리핀 커뮤니티 리더들이 주최하고,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한국인들의 협력으로 마련되었다. 참가자들은 필리핀의 전통문화와 공동체의 정을 나누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행사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필리핀 전통 의상이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필리피니아나(Filipiniana), 바롱 앳 사야(Baro't Saya), 키모나(Kimona), 마리아 클라라(Maria Clara) 스타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