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서포 김만중의 문학정신, 대전의 미래 문화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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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서포 김만중의 문학정신, 대전의 미래 문화가 되려면

노수승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시인

  • 승인 2026-10-28 17:07
  • 신문게재 2026-10-29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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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승 회장
문화유산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고 다음 세대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서포 김만중의 문학을 다시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글 문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그의 정신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된 오늘날에도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계승해야 하는지 묻는다. 이 질문은 서포 김만중의 문학적 자취가 남아 있는 대전의 문화적 책임과도 맞닿아 있다.

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우리말로 이루어진 문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문학의 가치를 언어의 위계나 형식에만 두지 않고 우리말에 담긴 정서와 표현의 힘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정신은 각별하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역시 인간의 욕망과 관계, 삶의 가치에 관한 질문을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의 문학을 오늘의 관점에서 읽는다는 것은 고전의 지식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을 이해하며 우리말의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다.

이러한 문학 유산은 대전과도 관련이 있다. 대전 유성구 전민동 일대에는 김만중 집안의 묘역 등 관련 유적이 남아 있다. 이는 대전이 서포 문학을 연구하고 시민과 나눌 수 있는 지역적 기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유적의 역사적 의미를 밝히고 시민들이 그 가치를 이해하며, 이를 지속적인 문화 활동으로 이어 갈 때 비로소 지역의 자산이 된다.

서포 김만중 문학기행과 학술대회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 주는 활동이다. 문학기행에서 문학의 발자취를 따라 작품과 역사의 관계를 살피고, 학술대회에서 『구운몽』의 의미와 한글 문학의 가치를 논의하는 일은 문학 유산을 현재와 연결하는 과정이다. 현장 체험과 학문적 연구, 시민 참여가 이어질 때 문학은 과거의 기록을 넘어 오늘의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의 지속성과 지역적 연결성이다. 관련 유적의 역사적 맥락을 정리하고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해설 자료와 문학 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이 『구운몽』을 읽고 오늘날의 행복과 욕망을 토론하거나, 시민들이 작품을 바탕으로 글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활동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학 연구자와 창작자, 시민이 함께 참여한다면 서포 문학은 지역사회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시민들이 지역의 문학 유산을 알고 작품을 직접 읽으며 그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서포 문학을 알리는 일은 한 인물을 기리는 사업을 넘어 대전의 문화적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구와 교육, 전시와 체험을 연계한 공간 조성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역사 자료에 대한 조사와 연구, 보존, 시민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3회째 열고 있는 '서포문학축전'이 이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시대에도 문학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인간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언어의 의미를 성찰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서포 김만중이 보여 준 우리말 문학의 가치와 인간에 대한 탐구는 오늘의 시대적 과제와 연결된다.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것만큼 우리가 어떤 언어로 생각하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 일도 필요하다.

서포 김만중의 문학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대전의 문학 유산을 보존하고 시민의 문화 경험으로 확장하는 노력은 그 실천의 출발점이다. 지역의 역사는 기억할 때 보존되고, 문화유산은 함께 향유할 때 미래로 이어진다. 서포의 문학을 대전의 현재와 연결하는 일, 그것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다음 세대의 정신적 유산으로 만드는 길이다.

/ 노수승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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