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홍산초 교사 이수지. |
아홉 명의 아이가 모인 작은 교실에는 아홉 가지의 모습이 있다. 생김새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한 아이도 있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금세 눈물을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속에 담아 두는 아이도 있다. 어느 하나도 같은 아이가 없다.
그래서 2학년 교실에서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난다.
"선생님, 얘가 제 지우개 가져갔어요.", "선생님, 쟤가 먼저 그랬어요.", "선생님, 얘가 저랑 안 논대요."
점심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억울한 얼굴로 나를 찾아온다. 교실 전등을 누가 끌 것인가 때문에 다투고, 놀이 규칙 때문에 토라지고,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린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그게 뭐라고' 싶은 일도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질 만큼 큰일이다.
화해하는 일도 아직 서툴다. "미안해."라는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자존심 때문에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친구의 잘한 점을 인정하는 것이 괜히 억울할 때도 있다. 함께 정한 약속을 잊기도 하고, 자기 마음을 설명하는 대신 울거나 화부터 내기도 한다. 칭찬하는 법도, 양보하는 법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도 아직 배우는 중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놀라울 때가 있다. 그렇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다투던 두 아이가 다음 쉬는 시간이면 나란히 앉아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조금 전까지 울던 아이가 친구가 건넨 한마디에 웃음을 터뜨리고, "너랑 안 놀아!"라고 외쳤던 아이들이 어느새 운동장에서 손을 잡고 뛰어다닌다. 아이들의 마음에는 상처받는 힘만큼이나 다시 일어서는 힘도 있다.
어쩌면 학교는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곳인지 모른다. 친구와 부딪히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고, 서툰 사과를 건네며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오늘 지키지 못한 약속을 내일 다시 해보고, 오늘 하지 못한 말을 다음에는 용기 내어 말해본다. 그렇게 아이들은 하루하루 조금씩 자란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꽃에 비유한 '모두 다 꽃이야' 노래를 좋아한다. 들에 피어도, 산에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꽃은 꽃이다. 교실의 아이들도 그렇다. 빨리 피는 아이가 있고 천천히 피는 아이가 있다. 눈에 잘 띄는 아이도 있고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마음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피어 있기에 교실은 더 풍성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시끄럽고, 조금 서툴고, 때로는 서로 부딪치는 2학년 아이들을 바라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아홉 살,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딛은 아이들이다. 다투면서 화해를 배우고, 실수하면서 약속을 배우고,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저마다 다른 속도와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 자세히 바라보면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다.
꽃마다 피어나는 때와 모습이 다르듯 아이들의 성장에도 저마다의 시간과 방식이 있을 것이다. 교사인 내가 할 일은 모든 꽃을 같은 모양으로 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모습으로 잘 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는 일이 아닐까. 때로는 햇볕이 돼 주고, 때로는 비바람을 막아 주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피어날 힘을 믿어 주고 싶다.
내일도 우리 교실에서는 작은 다툼이 생기고, 누군가는 울고, 또 누군가는 서툰 사과를 건넬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함께 웃고 뛰어놀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들. 우리 교실에는 오늘도, 모두 다른 꽃들이 피어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오현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