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5강 당랑포선(螳螂捕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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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5강 당랑포선(螳螂捕蟬)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9-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35강 당랑포선(螳螂捕蟬) :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한다

螳 사마귀 당, 螂 사마귀 랑, 捕 잡을 포, 蟬 매미 선

당랑포선(螳螂捕蟬)은 눈앞의 이익에만 정신이 팔려 뒤에 닥칠 위협을 깨닫지 못함을 비유하고 있으며, 한시외전 정간(韓詩外傳 正諫)에서 볼 수 있다.

전국시대 오(吳)나라 왕(壽夢/수몽)이 싸움을 무척 좋아하여 자국의 강대한 군사력만 믿고 이웃 나라를 침략했다. 그리하여 오나라는 끊임없는 전화(戰禍)속에서 드디어 민생은 도탄(塗炭)에 빠질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오왕은 또 인접의 강대국인 초(楚)나라를 침공할 계획을 세우자 오나라 대신(大臣)들은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다시 전쟁을 하게 되면 오나라의 패배가 확실함에, 나라마저 위태로울 것을 우려하여 왕에게 출병계획을 취소하도록 극구 권하였다.

그러나 오왕은 본래 성격이 강직하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은 꼭 하고야 마는 고집불통인지라 이러한 권유를 듣고 침략 계획을 스스로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청천벽력 (靑天霹靂)같은 명령을 내렸다.

"누구도 초나라 침공을 방해하는 자는 용서 없이 모두 처단할 것이다."

이에 대신들은 오왕의 힘에 겨운 침략행위를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목숨이 두려워 감히 진언하질 못했다. 이때 소유자(少孺子)라고 하는 대신이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오왕의 출병을 막고자 곰곰이 방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매일 아침 일찍 활과 화살을 들고 왕궁 후원에 나아가 배회하면서 아침 이슬로 그의 옷을 흠뻑 적시곤 하였다. 이렇게 사흘이 되던 날 과연 오왕의 주의를 끌게 되어 그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오왕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이 하여 아침 일찍 옷을 적시게 되는가?"

"신은 아침 일찍 뒤 화원에 와서 꾀꼬리를 잡으려다 그만 연못에 빠졌습니다. 비록 옷은 젖었지만 오히려 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라고 소유자가 대답했다.

오왕이 이 말을 듣자 이상히 여기면서. 그 이유가 궁금하여 오히려 재촉하여 물었다.

"꾀꼬리를 잡는데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그 사실을 상세히 아뢰렸다."

소유자는,

"조금 전에 신이 이 후원에 와서 새를 찾아 활솜씨를 시험해 보려 했는데, 갑자기 나무 위에서 매미 한 마리가 소리 높여 울더군요. 그래서 머리를 들어 보니까 매미가 붙어 있는 바로 뒤에 사마귀 한 마리가 두 팔을 내어 밀고 막 매미를 덮치려고 하고 있지 않겠어요. 그러나 매미는 이런 줄 모르고 계속 울고 있으니 사마귀는 틀림없이 아침 식사로 잡았다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천만 뜻밖에도 그 사마귀 뒤에는 꾀꼬리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서 사마귀를 노려보며 그도 사마귀를 잡아먹으려고 온 정신을 기울여 주시하고 있더군요. 신은 그 때 활을 잡아당기고는 바로 쏘질 않았고. 사마귀가 팔을 뻗어 매미를 잡자 꾀꼬리가 확 덮쳐 사마귀를 잡아 한 입에 넣어 막 삼키려는 찰나에 신이 꾀꼬리를 조준하여 활을 쏘니까 꾀꼬리가 맞고 땅으로 떨어지더군요. 사마귀와 꾀꼬리가 다 같이 눈앞의 이익만을 탐내고 뒤의 화환(禍患)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으므로 그러한 결과가 생겼다고 신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막 달려가서 그 꾀꼬리를 주우려다 옆에 못이 있는 것을 모르고 발을 헛디디어 물에 빠지는 바람에 이렇게 온 몸이 물에 젖었습니다. 그때 제 자신도 연못이 있어 빠질 줄 모르는 똑 같은 과오를 저질렀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얼마나 귀중한 교훈입니까?"

오왕이 듣고는 한참 무언가 깊이 생각하더니 소유자의 언중의 말뜻을 깨달아 초나라를 침공할 계획을 포기하였다.

고집불통인 오왕이 소유자의 간언에 교훈을 얻어 자기를 돌아보고 고집을 접은 행동은 다행한 일이며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목숨을 담보로 과감한 간언을 보낸 소유자는 보통 사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역사에 남을만한 선비요 충신이다.

이 고사는 위정자나 사회고위층일수록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세욕이 강한 고위공직자나, 재물에 욕심이 많은 소인배들을 대상으로 많이 적용되고 있다.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는 존재들! 자기를 노리는 또 다른 천적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이 새삼 뭇 사람들에게 오히려 교훈이 된다.

혹 지금 나는 뒤의 위험을 돌아보지 못하고 앞의 욕심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는가?

채근담(菜根譚)의 가르침을 보자.

"나아갈 때 물러섬을 생각하면 오도가도 못 하는 재앙을 막을 수 있고, 손을 델 때, 손 뗄 것을 생각하면 이도저도 못 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進步處, 便思退步, 庶免觸藩之禍. 진보처, 변사퇴보, 서면촉번지화. 著手時, 先圖放手, ?脫騎虎之危. 저수시, 선도방수, 재탈기호지위.)"

꼭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소중한 교훈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觸藩之禍(촉번지화) : 숫양이 마구 내달리다가 뿔이 울타리에 처박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함.

*騎虎之危(기호지위) :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내릴 수도 없고 그냥 있을 수도 없는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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