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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작심한 듯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10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이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가 만들어 낸 말인지 사회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또 "내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에서 경제학 공부를 계속해 왔는데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생각이 공산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라는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 1995년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해 설화를 겪은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이다.
이는 이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총대를 멘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관계자는 "재계의 여론이 그러니까, 전경련의 원로로서 재계를 대표해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 단계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뭉기적거려 끌려갈 경우 이른바 '동반성장'의 이름하에 '준조세'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재계의 위기의식을 대변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정 위원장이 2월 23일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했을 때만 해도 "설마 현실적으로 도입이 되겠느냐"는 의심스런 반응이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이 압박의 강도를 더해가자 대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특히, 정 위원장이 3월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기업들이 '연초 설정한 이익 목표'를 넘어설 경우 초과분으로 기금을 조성한 뒤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자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모 기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은 훌륭한 경영실적으로 봐야하는데, 경영실적을 중소기업에 나눠주도록 하는 것은 분배논리를 강조한 사회주의 이론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3월 8일에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과 면담을 갖는 등 초과이익공유제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최근에는 삼성전자 최병석 상생렵력센터장(부사장)과의 면담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전경련 정병철 부회장은 이날 회장단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어서 전경련에서는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면 어떻게 할 것인 지"를 묻는 추가 질문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겠죠.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오늘 회장단 회의에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노컷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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