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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혜의 통통칼럼 ②화를 부르는 ‘솔직 화법’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하고 물으면 서슴없이 대답한다. “그야 물론 공주님이시죠.”
백설 공주에 등장하는 이 거울은 공주에게는 그저 솔직하고 착한 거울이지만, 공주를 제외한 다른 많은 이들에겐 참 맹랑하기 이를 데 없는 거울이다. 결국 이 거울에 지나친 솔직함으로 인해 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게 되지 않던가.
계모가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눈 한 번 질끈 감고 ‘당신이 제일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뭘 어쩌자고 그렇지 않아도 세월과 더불어 느는 주름에, 다크 서클에 가슴 메어지는데,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암튼 이 거울은 커뮤니케이션으로 본다면 거의 0점에 가깝다. ‘다정도 병인양하여…’라는 싯구도 있듯이 때로는 지나친 솔직함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 백설공주의 거울 못지않게 맹랑한 거울이 또 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젤 예쁘니?”하고 물으면 “그야 물론 당신이시죠.” 요런 대답까진 기대하지도 않는다.
미용실의 거울은 왜 이리도 솔직한 걸까? 완전 리얼리티! 백설 공주에 나오는 거울은 저리 가라 일정도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서 황당하기 이를 데 없게 만든다.
그래서 난 미장원에 가면 거울 속 내 자신과 가급적 눈을 마주 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그래봤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통 미용실에 가면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또 파마라도 할라치면 보통 2시간은 넘게 있어야하고, 그런 저런 이유로 그냥 화장도 안하고 편한 차림으로 가게 되는데,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을 더하게 하는 셈.
그날도 파마 들어가기 전에 머리를 감고 의자에 딱 앉았다.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근데 도우미라고 부르나 혹은 어시스턴트? 그 분이 머리를 말려주시는데, 어색해서 내가 한 마디 한다.
“미장원 거울은 참 솔직해요. 그래서 난 거울보기가 겁나고 싫어요.” 그랬더니, 이 분 말씀이 “맞아요, 미장원 거울은 좀 오버하는 경향이 있죠? 허지만, 고객님은 미인이신데요. 뭘.” 야, 이 분 참 안목있으시구나….
바로 이것! 상대방에 대한 배려, 백설공주의 거울이 놓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약점이다.
물론 난 내가 미인이 아니라는 것을 참 잘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분이 맞아요, 고객님 얼굴이 장난이 아니시네요. 거울 보시기 참 싫으시겠네요 라고 했다고 생각해 보라. 나의 마음은 그야말로 장난 아니게 상처 받았을 것이고, 설령 그 분의 말이 진실임을 알지라도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으리라.
허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나친 립 서비스는 금물! 립 서비스에는 진정성이 없기에 오히려 나에 대한 신뢰만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손지혜·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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