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마음을 사로잡는 특별한 펭귄…한번 만나 보실래요?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마음을 사로잡는 특별한 펭귄…한번 만나 보실래요?

  • 승인 2016-04-14 15:31
  • 신문게재 2016-04-15 12면
  • 조성미 유성도서관 사서조성미 유성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톰 미첼, 21세기북스, 2016

▲ 조성미 유성도서관 사서
▲ 조성미 유성도서관 사서
어릴 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웠던 반려동물은 햄스터였다. 작았던 내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더 작고 포실포실한 털, 그리고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 짧은 꼬리가 귀여운 아이였다. 대개 햄스터 하면 마트 반려동물코너에서 인절미 쌓아 놓은 듯, 한쪽 구석에 뭉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느긋한 모습을 많이 봤겠지만 나의 햄스터는 달랐다. 성격이 예민해서 자다가도 인기척이 느껴지면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주변을 살폈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교감을 하려고 하면 손가락을 깨물고 달아나버리기 일쑤였으며 목욕을 시키려고 하면 대야에서 탈출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곤 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반려동물과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이보다 더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싶다.

▲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톰 미첼, 21세기북스, 2016
▲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톰 미첼, 21세기북스, 2016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던 20대 영국청년은 남미 아르헨티나의 기숙학교 교사로 인생 첫 모험을 시작한다. 모험은 영국을 떠나 아르헨티나에 자리를 잡고 우루과이로 여행을 떠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평생의 친구이자 여행동반자인 펭귄을 만난 것은 겨울휴가로 방문한 우루과이의 푼타델에스테 해변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첫만남이라는 제법 로맨틱하고 근사한 설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가한 휴양지를 산책하다 만난 것은 역겨운 기름과 타르에 숨통이 막힌 채 기름 범벅이 되어 해변을 뒤덮은 펭귄사체들이었다. 1900년대 중후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전 유조선 관련 규제들이 부족한 때에 유조선들이 기름을 바다에 그냥 흘려 버린 듯했다. 바다에 버려진 검은 기름에 수천마리의 펭귄이 바다 속을 여행하다 대참사를 맞은 것이다. 인간의 잘못이 수천마리의 펭귄에게 화를 입혔다는 불편한 마음을 가진 채 돌아서려던 순간 검은 카펫에 움직임이 느껴진다. 아직 살아있는 펭귄이 한 마리 있는 것이다. 펭귄 '후안 살바도르'와의 첫 만남이었다.

후안은 남아메리카 남쪽 해안에 자리잡은 줄무늬펭귄 속 펭귄 종 마젤란펭귄이다. 마젤란펭귄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빌리자면 '키는 약 45~60터 정도이며, 몸무게는 대략 3~6㎏ 정도다. 부리는 검고 얼굴은 희며 몸통 앞쪽은 흰색인데…' 작가의 설명을 읽자 후안의 실물이 궁금하다. 인터넷에 후안 살바도르를 검색하려다가 마젤란펭귄을 검색한다. 역시 귀엽다. 하지만 후안의 매력은 외모가 다가 아니다. 후안은 말을 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어 마음을 터놓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후안은 무거운 입을 가졌다. 이는 후안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후안의 눈동자에는 뛰어난 달변가가 갖추어야 할 명쾌한 의사전달 법이 담겨있었다. 후안을 만나기 위해 나의 테라스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후안에게 시시콜콜한 날씨 얘기부터 가슴 속 비밀이야기까지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다. 후안은 누구보다도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줬고, 대화에 진지하게 임했으며, 고갯짓과 눈빛으로 성실하게 대답해줬다. 럭비팀의 승리의 마스코트가 되어주기도 했고 럭비전술의 팁을 주기도 했으며 소심한 소년을 멋진 수영선수로 성장하게 도와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반려동물과의 일상이야기만은 아니다. 저자의 남미 여행에세이가 되었다가 1970년대 정권의 부패와 군사정권의 권력 장악 등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되었다가 환경과 동물보호에 관한 책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마젤란 펭귄과 철부지 교사의 우연한 동거라는 부제를 달아서 뭔가 코미디 영화 같은 에피소드를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안과 함께 우루과이에서 아르헨티나로 국경을 넘고 기숙학교의 테라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당신에게도 후안은 분명 특별한 펭귄이 되어있을 것이다.

조성미 유성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대 10개 만들기 동행 모델' 띄운다… 한밭대 등 국공립대 연대 STU 제안
  2. 대전 서대전IC 구봉터널 차량 16대 추돌사고…12명 부상(영상있음)
  3. 짙은 안개에 미세먼지까지… 충청 출근길 사고 잇따라
  4. [썰] 권선택의 민주당 대전시장 '판' 흔들기?
  5. 세종 파크골프 저력… 신현주 선수, 中 챔피언십 왕중왕전 우승
  1. [대전에서 하룻 밤 더] 관광 소비액 5조원 목전 둔 대전
  2.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3. ‘반려견과 함께’
  4. 대전 대덕구, 덕암야구장 반려동물 놀이터 개장
  5. 출연연 '공통행정' 채용 임박… 8개 과기계 노조 공동 성명 "연구현장 장악, 중단하라"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추가 정부부처 분산 없다"… 세종 행정수도 의지 확고

이 대통령 "추가 정부부처 분산 없다"… 세종 행정수도 의지 확고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추가 정부 부처 분산은 없다”고 못 박았다.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균형성장을 위한 지방 우대방안’과 관련한 토의에서다. 토의 중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이 ‘부산 이전 성과’를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부산으로 옮겨서 실제로는 예측했던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그래서 농식품부를 광주로 보내달라고 그러고, 강원도는 관광 도시니까 문체부를 강원도로 보내달라고 이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수부가 유일한 예외'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다시 한번 명확하게..

[대전에서 하룻 밤 더] 공유숙박, 체류형 관광모델 활성화 필요
[대전에서 하룻 밤 더] 공유숙박, 체류형 관광모델 활성화 필요

대전은 최근 타지에서 유입되는 방문객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9000만 명이 넘는 외지인이 지역을 찾았다. 주요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부터 '빵의 도시'란 이름에 걸맞게 성심당을 비롯한 여러 제과점을 탐방하는 이른바 '빵 관광'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쇼핑과 식·음료 업종에 소비가 집중되다 보니 방문객을 지역에 머물게 할 핵심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방문객이 대전에서 지갑을 열고, 소비하게 되면 그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대전 방문..

공공기관 2차 이전 `빨간불` … 지역 발전 고려 최우선해야
공공기관 2차 이전 '빨간불' … 지역 발전 고려 최우선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이른바 '집중 전략'을 언급하면서 대전과 충남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집중 전략'은 사실상 행정통합 지역과 기존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집중 배치하겠다는 의중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사실상 행정통합 무산과 1차 공공기관 이전 수혜를 받지 못한 대전시와 충남도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인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충북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국토 재배치와 균형발전 문제는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

  •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