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옥시 사태가 남긴 교훈

  • 오피니언
  • 논단

[논단] 옥시 사태가 남긴 교훈

  • 승인 2016-06-16 14:01
  • 신문게재 2016-06-17 23면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최근 옥시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의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잘잘못을 논하자면, 이번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가장 큰 잘못은 부도덕한 기업이다. 계속 쉬쉬하면서 은폐 시도까지 했으니 더욱 나쁘다. 그다음 잘못은 규제법을 제때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국회와 정부다. 그러나 누구의 잘못을 논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공동책임임에 틀림없다.

1997년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국가의 존망이 달렸다. 이때 많은 기업들이 외국회사에게 팔려나갔다. 이 중에는 알짜기업도 있었고 또한 생활과 밀접한 품목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 외국기업들이 대한민국 국민을 얼마나 진솔하게 생각하면서 제품을 만들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번 사태를 보더라도 자기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카페트 세척용 화학물질을 용도변경 없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한 부도덕한 행위가 핵심 문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당시 화학물질에 대한 측정판단 기준을 정하는 제도가 미흡했고,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규제 기준이 다른 점도 많았다.

2011년이 되어서야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소위 화평법 제정을 추진했다. 가습기 살균제 등 생활용품에 쓰이는 화학물질이 유해한지 아닌지 여부를 사전에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이 화평법이 국회를 통과한 때가 2년 후인 2013년 4월이고, 이후에도 화학성분 전체를 공개하는 정보공유 조항이 기업 비밀의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와 재계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으며 많이 희석되었다. 결국 이런 안이하고 무책임한 자세가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생활안전과 식품안전은 더욱 엄격하고 정밀하게 기준을 만들어서 철저히 검사하고 인증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대표적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의 이사로서, 또 거기서 발간하는 소비자리포트 잡지의 편집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7개 회사의 섬유유연제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 미국회사에서 판매하는 유명 제품에서 방부제 성분이 검출됐다. 그 당시 난리가 났다.

문제가 된 화학물질은 환경부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로 관리되고 있다. 또 농식품부는 구제역 발생 시 소독제로 사용하면서 발암물질 논란을 일으키자 생체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공산품 안전 업무를 관장하는 산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섬유유연제의 유해물질 관리대상에 이 물질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허용 기준도 없다. 과거 섬유유연제의 유해물질 규제 기준을 만들 때 이 물질을 사용한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성물질이지만 제조업체가 섬유유연제에 넣어도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제품 안전관리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옥시 사태는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에 유독 한국이 관대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점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서 소비자들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업체들은 기업 윤리관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윤을 얼마나 많이 남기냐 하는 것이 기업목표였다면, 앞으로는 지구환경과 소비자의 안전, 그리고 나아가 인류의 삶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최근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이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지향해야만 인류와 지구가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스테이너블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삶의 질 향상 요구가 커질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소비자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은 컨슈머리포트라는 소비자잡지가 시사잡지인 타임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없는 소비자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소비자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속보>대전 갈마동 타이어업체서 화재
  2. 대전사랑메세나, 박남구 회장과 함께 따뜻한 나눔 실천
  3. 육군협회 대전·세종지부, 특기병 500여 명에게 '사랑의 컵과일·음료' 지원
  4. <속보>대전 타이어판매점 1차 진화 마치고 주변확산 차단 중
  5.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1.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2. 천안 폐기물재활용시설 화재...3억 3460여만원 피해
  3. 두 어머니를 향한 16년 간의 효심
  4.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5. 골프존 GDR아카데미 'GDR퍼포먼스' 출시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30일 오전 10시 2분께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타이어 판매점에서 발생한 화재가 4시간 31분 만인 오후 2시 33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짙은 연기와 거센 불길이 치솟으면서 화재발생 직후부터 150건 이상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으며, 대전소방본부는 대전시와 산림청 헬기 2대와 소방장비 98대, 인력 238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과 방수 작업을 벌였다.소방당국은 최초 신고 18분 만인 오전 10시 20분께 관할 소방서의 모든 소방력을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현장 주변에서는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도 진행됐다.타이어판매점..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한화이글스의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가 다시 독수리 군단의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MLB) 재도전에 나섰던 와이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리면서 한화 복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와이스에게 걸려 있던 2027시즌 500만 달러 규모의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바이아웃 5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와이스는 새로운 소속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와이스에게 올해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시즌이었다. 지난해 한화에서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