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회적 혼란, 우리를 병들게 한다

  • 사회/교육
  • 미담

[시론]사회적 혼란, 우리를 병들게 한다

  • 승인 2016-10-05 14:36
  • 신문게재 2016-10-06 23면
  •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지진의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을 시작으로 450회 이상의 여진이 발생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생명의 위협이다. 여의도 한쪽에선 국회가 시끄럽고, 노사문제도 잘 정리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이런 사회적 혼란은 국민을 힘들게 한다. 한쪽 이야기가 그럴 듯하다가도 또 반대편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대체 어떤 쪽이 맞는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혼란은 국민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흔들리고 혼란한 사회에 살다 보면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기 어렵다. 분을 참지 못해 벌어지는 사건이 매일 뉴스로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사람이 살면서 어떤 일이나 사람, 사건, 돈 등을 겪으면서 받는 마음의 상처를 스트레스라 한다. 개인적인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사회적 문제도 스트레스가 된다.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억 속에 쌓이고 쌓여 어느 한계치를 넘어가면 육체적 질병을 유발한다. 정리되지 못한 생각과 일들은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만든다. 분노조절 장애라 표현하는 사회 현상은 바로 이와 같은 혼란스러움이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사람은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면 즉각 반응한다. 위험과 위기에서 생존을 하기 위한 반응을 시작한다. 이 반응을 주관하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심장을 지속적으로 뛰게 만들고, 호흡을 유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체온을 조절해주고, 음식물의 소화와 혈압, 혈당을 조절한다. 잠을 잘 수 있게 해주고 분비물을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사람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기능이다. 자율신경에는 긴장과 흥분을 조절하는 교감신경과 안정을 도모하는 부교감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반응하는 교감신경은 에너지를 빨리 만들고 사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뇌를 활성화 시켜 판단을 즉각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근육과 심장을 자극해 힘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부교감 신경은 안정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편안한 상태로 쉽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며, 식사를 하고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들어준다. 심장박동도 천천히 호흡도 천천히 유지해준다. 이렇게 긴장과 안정 상태를 잘 조절해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자율적인 기능이 있다. 전쟁에 대비해 장비와 군인을 유지하고 위기 상황 대처를 위해 안전관련 부서가 미리 대처를 하고 있다. 어른을 공경하고 노인과 어린이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기 위한 사회 규범이 만들어져 있다. 또 사회의 부와 권력이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여러 법규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이런 자율적 기능이 있더라도 지속적인 혼란이 발생하거나 갑자기 엄청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사회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넘침과 모자람을 잘 조절해야 한다.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사회는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심해져 극단적 폭력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극이나 보복 운전 등이 그 예다.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지속성 스트레스나 참기 어려운 엄청난 크기의 사회적 혼란은 빨리 해결해 내야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칭찬을 듣거나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또한 행복해 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심을 줄이고, 작은 즐거움을 만끽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안정이 필요하다.

내일 아침에는 '국회가 국민을 위해 너무 잘했다' '노동자를 위해 헌신해준 사측에 정말 감사하다'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와 같은 기사로 가득 찬 신문을 진정으로 보고 싶다.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