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밀키비어의 승부수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밀키비어의 승부수

  • 승인 2016-10-25 16:28
  • 신문게재 2016-10-25 9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막걸리도 생맥주처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진은 드래프트 케그 시스템을 통해 막걸리가 추출되는 모습이다.
▲막걸리도 생맥주처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진은 드래프트 케그 시스템을 통해 막걸리가 추출되는 모습이다.

▲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철옹성에 갇힌 주류시장. 그들만의 리그는 상상 이상으로 견고하다. 30대 후반에 시작된 우리 술, 막걸리의 세계화 출시는 10년이란 세월에 30억원이라는 투자로도 해결이 불가했다. 50대로 접어든 이 ‘막걸리 마니아’는 아산시 둔포면의 한 조그마한 연구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소주, 맥주, 막걸리 한정된 업계에 새로운 주류가 비집고 들어간다는 것은 ‘바늘구멍’과도 같다는 게 50대 벤처인의 하소연이다.

“요즘 누가 막걸리를 먹어?”

맞다. 소주, 맥주소비가 80%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막걸리는 비인기 주류다. 농촌에서 새참으로나 마시는 술로 전통 막걸리의 위상이 격하되고 있는 요즘이다.

여기에 용기 있게 도전장을 내민 ‘밀키비어’가 있다. 톡 쏘는 탄산 맛을 극대화시켜주는 호프식 드래프트 케그 시스템으로 내려먹는 막걸리다.

(주)한주DMS 이상철 대표가 10여년의 연구 끝에 특허를 받았고 현재 도매상을 통한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밀키비어는 생맥주처럼 한잔씩 따라 마시는 것이 특징이고, 노년층은 물론 젊은층과 쌀소비국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밀키비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10년이라는 세월에 30억원의 개발비가 들었다.

‘막걸리 규제’라는 걸림돌 때문이었다.

주류시장은 좁다. 막걸리 시장은 더더욱 좁다.

지역에서만 유통돼야 한다는 오랜 올가미가 최근까지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요즘 지역 양조장이 예전만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는 것은 막걸리 유통규제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전국 수천 개가 넘던 양조장은 사라지고 통폐합 되면서 막걸리 시장은 더욱 협소해졌다.

지역 내에서 특색 있는 막걸리가 생산되고 지역 소비자가 소비하는 것은 이상적인 유통구조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의 막걸리 유통은 ‘단절’의 역사를 걸어왔다.

아주 이상한 시스템이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라니. 막걸리 특성상 오랜 시간 이동과 보관이 불가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막걸리가 전국적으로 유통됐고 소비됐다면 맛은 더욱 업그레이드 됐을 것이고, 위상은 지금처럼 초라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걸리가 옛날 술이라는 오명 아래 도태된 것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것 모두 주류시장의 철옹성을 무너뜨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막걸리의 세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치맥과 함께 한류푸드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밀키비어의 10년간의 도전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물론 밀키비어 성공도 장담할 수는 없다.

이제 막 막걸리 시장은 규제라는 틀에서 한발 나아왔을 뿐이다. 막걸리 시장이 어떻게 철옹성 같은 주류시장에 탑승하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철옹성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10년의 시간동안 발효된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규제와 모순, 아집에게 청량한 밀키비어 한잔을 권한다.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