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따뜻한 밥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따뜻한 밥

  • 승인 2016-11-27 14:29
  • 신문게재 2016-11-28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 임효인 사회부 기자
▲ 임효인 사회부 기자
내 할아버지는 아침밥을 든든하게 드신 뒤 인근 복지관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돌아오셨다. 그곳에서 한 끼에 1000원인 점심을 드시고 담소를 나누며 일과를 보내셨다. 2008년 돌아가시기 전까지 줄곧 비슷한 생활을 하셨다. 할아버지에게 복지관은 따뜻한 식사를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이면서 또래 친구를 만나는 할아버지의 공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다. 국가와 지자체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펼친다. 그중 식사를 가장 중점에 둔다. 혼자 생활하면서 맞닥뜨리는 불규칙ㆍ불균형 식사는 곧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 앞서 일찍이 노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한 이들이 있다.

대전성모의집이다. 27년 전,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사목국장으로 있었을 당시 식사도 제때 하지 못하는 노인을 위해 삼성동 노인회관 2층(285-15)에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지역 수녀들이 돌아가면서 점심을 만들어 대접했다.

연간 4만여명의 노인이 성모의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노인과 봉사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묵묵하게 노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던 성모의집이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새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공간은 낡은 데다 비좁기까지 하다. 하루 평균 200여명이 찾는 이곳은 가파른 계단까지 긴 줄이 이어져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성모의집은 10여년간 새 건물과 건물이 들어설 공간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지난해 고물상이던 삼성동 283-55·56번지 자리를 사들여 동구청에 기부채납하고 건물을 지을 사업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순탄하지 않다. 인근에 위치한 중ㆍ고등학교와 학부모가 성모의집 건립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동구의회는 주민 반대를 이유로 동구청과 대전교구가 어렵게 끌어 모은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성모의집이 학교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안전한 학교생활에 위협이 갈 것이라고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우려한다. 차라리 동구청 옆으로 옮기라고도 주장한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학습권 침해와 안전한 학교생활의 방해 요소로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유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따뜻한 밥' 한 끼 만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하루 빨리 성모의집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길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소상공인 AI 상생협업교육·AI 활용지원 참여 소상공인 모집해요"
  2. [날씨] 충청권 주말 낮 30도 안팎…구름 많고 일부 지역 소나기
  3. 충남대·공주대 규제특례… 전문대와 공동학위 길 열렸다
  4. 제1회 세종 마라톤 '모두 런', 6월 13일 막 올린다
  5.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2026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1.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KAIST, '농업 인력 감소'가 미래 식량안보 최대 위협
  2. “올해로 5회째” 한국영상대 미디어보이스 페스티벌 성료
  3. [드림인대전] ‘성골 유스’ 김지호, 대전하나시티즌 미래의 방점을 찍다
  4. 국세청, "국세 징수 넘어 통합 재정수입 기관" 도약
  5. K-water 금강본부, 여름철 녹조 관리 선제 대응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기업 생태계가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중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본과 인재, 투자 등의 벤처 생태계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별 잠재력을 고려한 균형성장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지역 벤처기업 현황 및 지원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2%로 집계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11.5%)과 충청권(10.7%)이 평균을 웃돌았으며, 이 외의 비수도권 지역은 6~9%에 머물렀다. 특히..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이 대전 출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베식타시)의 후반 연속골로 체코에 역전승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에게 먼저 실점했으나 후반 22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도움에 이은 황인범의 동점 골,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 골로 승점 3을 챙겼다. 특히 황인범은 오현규의 골을 돕기도..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2027학년도 지역의사제 시행을 앞두고 충청권 의대 입시의 무게중심이 수시로 이동하고 있다. 충북대를 제외한 충청권 6개 의대가 지역의사제 모집 인원을 전원 수시에서 선발하기로 하면서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1일 교육계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일정 기간 해당 권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할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2027학년도 대입부터 처음 도입된다. 충청권에서는 충북대 39명으로 가장 많고 충남대 27명, 순천향대 18명, 단국대 천안캠퍼스 15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7명,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 ‘건강한 치아를 위해’ ‘건강한 치아를 위해’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