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이유는 분명했지만, 의미는 모호했던 ‘창조경제’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이유는 분명했지만, 의미는 모호했던 ‘창조경제’

  • 승인 2016-12-05 16:41
  • 신문게재 2016-12-05 3면
  • 최소망 기자최소망 기자
▲ 최소망 기자
▲ 최소망 기자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존폐 위기에서 서서 불안에 떨고 있다.

어쩌면 ‘창조경제’라는 말이 국내에 도입되는 시점부터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박근혜정부는 4년 전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내밀었다.

당시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후에도 한동안 창조경제는 비전이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목표와 실행계획의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비난이 난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창조경제는 곧 ‘창업’이라는 논리가 뚝 생겨났다.

세계적으로 창업과 스타트업 열풍이 부는 시기였고, 정부입장에서는 그로 인한 순기능을 놓칠 수 없을 터였을 것이다.

아니면 떠도는 말대로 비선실세라 불리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 따라 창조경제는 곧 ‘창업’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정부조차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허둥지둥하는 상황에서 이같이 어설픈 프레임을 내세운 덴 그게 무엇이든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역 내 혁신역량을 갖춘 벤처기업을 만들어 지역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으로 10개월 만에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웠다.

한 2년간 무리 없이 운영됐을까.

그러던 중 ‘아이카이스트 사태’가 불거졌다.

창조경제 대표 벤처기업으로 꼽히던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수사를 받고, 여기에 정윤회의 동생까지 얽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창조경제를 간판으로 달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비선실세 차은택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부터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렇다 보니 박근혜정부의 국정 철학인 창조경제가 의심당하고 부정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또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직면하게 됐다.

내년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손을 떼겠다는 지자체가 속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의회는 대전센터 지원예산 15억원을 전액 삭감했고, 세종시의회도 올해 대비 내년 세종센터 예산을 3억원 깎았다.

전남도의회, 경남도의회도 줄줄이 삭감에 나섰다.

국회도 팍팍하게 굴긴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출한 예산안 중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은 전면 심의·의결을 보류한 상태다.

마치 창조경제가 등장할 당시 의미가 모호했던 것처럼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미래도 함께 흐릿해지고 있다.

물론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창조경제 프레임을 끼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 역할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가 창업이라는 엉성한 프레임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비선실세 의혹으로 얼룩진 ‘창조경제’를 등에 업은 창업 지원이 아닌 ‘창조경제’의 틀을 깬 투명하고 새로운 창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4.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