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나는 카라반 사회교사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교단만필] 나는 카라반 사회교사다

  • 승인 2017-01-02 13:59
  • 신문게재 2017-01-03 22면
  • 문소향 연동중 교사문소향 연동중 교사
▲ 문소향 연동중 교사
▲ 문소향 연동중 교사
“선생님! 사회시간에 워터브러시와 로또번호 추출기가 왜 필요해요?”

수업 들어갈 때마다 보따리 장수처럼 학습준비물을 가득 들고 가는 것을 보면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일단 사회교과는 다루는 학습내용이 방대하다. 지리, 일반사회, 학교상황에 따라 세계사, 국사까지…. 어느덧 나는 보따리에서 물건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카라반 사회교사가 됐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 강의식 교수방법이라는 접근하기 쉬운 욕구에 따라가다 보니 교사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학생들의 흥미와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프랑스의 교육방법과 삶의 철학'을 다루는 EBS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됐다. 블록과 융합교육의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예술과 타 교과의 접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평소 시도해 보고 싶었던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점이 많았다.

여러 장면 중 가을마다 훌륭한 요리사를 학교에 파견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 모습은 많은 자극이 됐다. 당시 떠오른 생각의 흐름을 표현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①원초적으로 요리는 독립적인 재료들이 섞여 있다 ②요리는 퓨전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능할까? ③가능하다면 요리의 질과 재료 본연의 맛은 훌륭한 요리사 때문일까? ④양질의 급식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⑤중요한 것은 요리의 재료들이 조화롭게 융합되는 과정이다. ⑥교사는 가장 훌륭한 요리사가 돼야 한다.

여러 생각 끝에 나만의 수업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전공했던 미술교육 분야의 디자인, 동양화, 조소, 서양화 강의에서 습득된 작품제작 방법과 세계사 및 사회과목 모든 분야와 접목시켰다.

세계사에서는 우리나라와 세계역사의 인물 중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을 선정하고, 학생 각자가 그 인물을 집중 탐구한 결과 '중기 레옹', '혜교 자베스', '진구 빈치' 등의 흥미로운 인물 등이 태어났다. 이렇게 탄생한 멘토 인물과 자신을 합성한 초상화 제작, 명함 만들기, 세계사 일기 등을 써내려 가며 세계사 수업을 진행했다.

지금까지의 교육활동에서 나를 있게 한 철학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다음에는 아이들이 원래 가진 창의력이 발현되고, 공감능력이 고양되도록, 아이들 각자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어 참여하고 협력하는 민주시민이 되도록 지지하는 것이리라.

진심으로 나와 수업으로 호흡을 같이하는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나의 행복의 원천이다.

이는 나의 교육은 교사의 스토리텔링이면서도 학생의 스토리텔링이고, 이때 일어나는 감응은 교사와 학생 상호 간에 일어나는 경탄이니까.

문소향 연동중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3.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4.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5.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1.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5.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