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향토 브랜드, 김영일 디에떼 에스프레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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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향토 브랜드, 김영일 디에떼 에스프레소 대표

  • 승인 2017-03-21 10:05
  • 신문게재 2017-03-22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 디에떼 김영일 대표는 1300만원의 자본금으로 커피솝을 열어 지금은 100억대 매출을 올리는충청권의  대표적 프챈차이즈 사업자 반열에 올랐다.
▲ 디에떼 김영일 대표는 1300만원의 자본금으로 커피솝을 열어 지금은 100억대 매출을 올리는충청권의 대표적 프챈차이즈 사업자 반열에 올랐다.
유성 출신의 맹렬 30대, 커피맛 하나로 매장 200개로 늘려

‘디에떼 (De ete 프랑스어로 여름)’가 대전 커피 브랜드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출발점은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이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 출신의 김영일 디에떼 에스프레소 대표(39)는 믿고 마실 수 있는 ‘착한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그의 첫 마음이 10여년 간 단 한 번도 변한적 없다.

작열하는 여름 태양 아래서 빨갛게 익어가는 커피 원두를 생각하며 지은 이름 ‘디에떼’ 13평 남짓 작은 대전의 카페에서 세계 곳곳에 분점을 내기까지. 기적은 바로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됐다.

2007년 문을 연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소재의 본점, 그리고 2017년 현재 전국에 200여 개 체인점포가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천국인 국내 커피시장에서 순수토종 업체 가운데 ‘top 5’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까지. 오롯이 경험과 패기로 일궈낸 김영일 대표는 "커피 볶다 신성동에서 쫓겨날 뻔했어요"라는 말로 초창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일 아침이면 신성동 주민들을 깨우는 커피향. 금산에 로스팅 팩토리를 세우기 전 디에떼 에스프레소 본점에서는 직접 원두를 볶았다.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커피향이 나는 마을이 어디 있느냐며 말이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침마다 맡는 커피향은 점점 괴로운 일이 됐고 자욱한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도 늘어만 갔다.

"더이상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충남 금산 남이면에 800여 평 규모의 로스팅 팩토리를 세우게 된 계기가 됐죠. 본점은 매장과 연구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자본금 1300만 원.

커피숍에서 일하며 얻은 것이라곤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재능뿐이었는데, 이제 커피는 운명이 됐다. 1호 매장 문을 열었을 때부터 소소하게 커피맛이 인근지역으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타지역에서도 커피맛을 보려고 손님이 찾아오는 이른바 ‘대전의 커피 명소’가 돼 있었다.

▲유기농 커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도 아니었는데, 디에떼의 폭발적인 성장비결은 무엇일까?

김영일 대표의 대답은‘유기농 원두’였다.

"현재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4개 국가에서 유기농 커피를 직접 공수해오고 있다. 디에떼의 현지 주재원이이 파견돼 있고 본사에서 직접 핸들링할 만큼 정성을 쏟고 있다. 정부로부터 까다롭게 얻은 유기농 원두 인증이기 때문에 농장관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유기농 커피는 없다’는 뉴스가 세간에 떠들썩 했기 때문에 국가 인증을 받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디에떼의 ‘무모한 도전’은 결국 성공했고,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유기농 커피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현지 농장과 독점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원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신선한 유기농 원두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길을 열게 됐다.

디에떼 금산 ‘로스팅 팩토리’에는 비유기농 커피는 한 알도 들어갈 수 없다. 한 달에 한번 농림부에서 파견을 나와 철두철미하게 카운팅을 하기 때문에 디에떼의 유기농 제품은 믿고 마셔도 좋다고 자신있게 추천했다. 디에떼 로스팅 팩토리는 15억원을 투자해 설립됐다. 공장형 로스팅 시설을 보유했고, 김 대표의 아버지가 직접 로스팅을 맡고 있다. 월 300t의 커피 원두를 생산해 가맹점과 협력사에 직접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키움보다는 현재를 유지할 겁니다”=디에떼의 해외 진출은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계기였다. 1년 매출이 1800만 원에서 100억원이 훌쩍 넘자 국세청의 타깃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김 대표는 한순간 파산위기까지 몰리자 커피숍을 닫아야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다.

김 대표는 “세무조사를 받고 배낭 하나 메고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 전역을 돌면서 디에떼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다”며 마음 고생 심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위기를 넘고 나니 오히려 디에떼는 단단해졌다. 이 무렵 우연한 기회에 중국 투자자와 인연도 닿았다. 중국 투자자는 TV를 통해 디에떼와 김 대표를 보게 됐는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김 대표가 매우 닮았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이 기회가 바로 중국 진출 신호탄이 됐다.

중국 상하이에 올해만 매장 30곳을 오픈 하기로 계약을 마쳤다. 해외시장은 필리핀 마닐라가 1호점이고 올해 4월에는 몽골과 이란으로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역의 향토 브랜드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커피숍으로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이뤄낸 쾌거였다.

현재는 슈퍼주니어 규현 가족 운영하는 서울 명동 매장은 세계로 디에떼를 알리는 것에 한몫하고 있다.

커피숍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의외로 김 대표의 꿈은 소박했다.

“체인점을 더 많이 내는 것보다는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김 대표의 이런 마음은 고스란히 지역사랑으로 이어진다. 지역 향토 브랜드와 함께 가자는 취지로 올 시즌 ‘대전시티즌’ 축구단을 후원하고, 1년 동안 누적판매된 갯수만큼 공정무역도 지원한다. 최근에는 1억1000만원 상당의 사회공헌금도 쾌척하며 나눔 실천의 부피도 키워가고 있다.

“유기농 재료의 퀄리티, 남다른 로스팅 기술은 디에떼와 나의 자부심이다."

깊고 진한 풍미와 바디감, 멀리까지 퍼지는 그윽한 향. 김영일 디에떼 에스프레소 대표의 자신감은 커피 한잔과 닮아 있었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경제부장)ㆍ정리=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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