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리빌딩]3. 단절된 아파트, '나부터' 열면 된다

  • 경제/과학
  • 건설/부동산

[둔산 리빌딩]3. 단절된 아파트, '나부터' 열면 된다

  • 승인 2017-04-20 15:32
  • 신문게재 2017-04-21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둔산 신도시 30년]고민해보자, ‘리빌딩’(Rebuilding)
걷기의 즐거움이 없는 아파트... 소통과 화합의 길로 해결



▲ 둔산 일대의 아파트. 사진=임병안 기자
▲ 둔산 일대의 아파트. 사진=임병안 기자

둔산동 모 아파트에 사는 A 변호사는 ‘햇살 좋은 날’ 걷기를 좋아한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분을 가라앉는다. 아파트 내부에는 숲이 없다. 걷는 길도 좁다. 볼만한 나무는 더 없다. 특히, 30∼50m마다 신호등 앞에서 멈춰야 하는 건 정말 짜증이 난다는 게 A 변호사의 말이다.

걷거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멈추고 싶어하지 않는다. 계속해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둔산 일대 아파트 주민 상당수는 집 주변에서 잘 걷지 않는다. 걷기의 재미를 잃게 하고, 걷기를 막아서는 것들이 많아서다.

한가람 아파트에서 목련, 크로바, 한마루, 영진로얄 아파트까지 걷다 보면 두 가지를 느낄 수 있다.

하나는 아파트와 차도 사이의 인도로 걷다가 기분이 업(UP)될 때쯤이면 신호등 앞에서 멈춰야 한다. 물론, 신호등은 4개 정도뿐이지만, 초록색 신호등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모두 감안하면 ‘운동하는 게 맞는지’라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는 아파트 내부에 있는 인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내부라고 해도 여건이 좋은 건 아니다. 인도가 좁고 볼 것도 없다. 한 아파트를 지나면 역시나 신호등이 기다리고 있다. 옆에 있는 아파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길이 없다. 사실 단절된 거나 다름없다.

목련아파트에 사는 한 교사는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하지, 주변을 걷거나 뛰는 사람은 많지 않고 다른 아파트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좋은 예는 ‘최신 제품’인 세종시에 있다.


▲ 세종시 2-2생활권을 연결하는 순환산책로
▲ 세종시 2-2생활권을 연결하는 순환산책로

세종시 신도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 2-2생활권에 조성하는 아파트는 소통과 통합으로 유명하다. 비결은 ‘순환산책로’다. 단절된 아파트단지의 경계를 넘어 생활권 전체가 하나의 마을로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길(路)이다.

이곳에 있는 11개 단지(7500여세대)를 관통하는 2.8㎞에 달하는 순환산책로는 디자인을 통일했다. 보도블록 패턴과 시설물도 마찬가지고, 산책로 곳곳에는 미술작품과 테마정원, 어린이놀이터, 바닥분수 등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아파트’가 아니라 ‘우리 동네’를 대표하고 통합해주는 소통의 길인 셈이다.

둔산 신도시 내 아파트도 이렇게 바뀔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파트 내에서는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잔디밭과 아파트에서 가장 넓은 주차장 일부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입주민들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

다른 아파트와 연결하는 보행로를 따로 만들 가능성은 사실 낮다. 다만, 단지별 경계선을 허물고 횡단보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내 집만 뜯어고친다고 가치가 올라가고 살기 좋아지는 게 아니라 ‘내 집, 우리 단지’를 열어 받아들이고 나누면 가능하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4.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