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기획]시각장애 아빠와 지적장애 딸의 세상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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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기획]시각장애 아빠와 지적장애 딸의 세상살이

  • 승인 2017-05-07 12:20
  • 신문게재 2017-05-08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황수동·황소영씨 부녀
장애 극복 위한 끝없는 배움


▲ 황수동(왼쪽)씨와 황소영씨.
▲ 황수동(왼쪽)씨와 황소영씨.

“나는 아빠의 눈이 돼주고 아빠는 저에게 지식을 줘요. 아빠랑 끝까지 살 거예요.”

시각장애를 가진 아빠와 지적장애를 가진 딸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많은 부모와 자식에게 서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전 서구 갈마동에 사는 황수동(61)씨와 소영(35·여)씨 부녀다. 아빠 황씨의 두 눈은 1998년부터 서서히 흐려져 10여년 전 완전히 시력을 상실했다. 병명은 배체트병. 혈관에 생긴 염증은 황씨의 세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딸 소영씨는 26살 무렵에서야 장애가 있는 것을 알았다.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했지만 장애가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2007년 아빠와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소영씨는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부녀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두 딸과 아들, 아내에게 짐이 되기 싫어 가족을 떠난 아빠 황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2005년 집에서 나와서 보니 수중에 10만원밖에 없었다”며 “한 달에 8만원인 목욕탕 생활을 했었다”고 말했다.

2007년 눈이 완전히 멀기 전, 황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6만원인 방을 얻고 딸 소영씨를 데려왔다. 소영씨를 데리고 다니며 요리와 피아노 등을 배우게 했다. 소영씨는 2013년 혜천대(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2015년 졸업했다. 장애를 가졌어도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아빠 황씨의 뜻을 따른 것.

관공서에 각종 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했던 황씨는 2010년 시각장애안마사협회를 통해 안마를 배웠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였다.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 황씨를 위해 딸 소영씨는 죽을 데우고 버스로 아빠 황씨의 출ㆍ퇴근을 챙겼다.

소영씨는 현재 오전엔 갈마초 병설유치원, 오후엔 대전시청 건강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2011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게 도움이 됐다. 부녀는 소득을 떠나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

황씨는 “안마로 소득이 생긴 이후 소영이에게 단 돈 만원이라도 용돈을 줄 수 있는 게 행복했다”며 “소영이가 돈을 벌어 나에게 용돈을 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소영씨는 그렇게 번 월 100여만원의 돈을 모아 지난해 9월 아빠를 위한 안마원(건강사랑지압원·갈마2동 1381번지·문의 010-4271-5600)을 마련했다. 침대 2개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공간이지만 황씨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황씨는 지역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안마를 하고 있다. 소영씨는 옆에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장애를 가진 부녀는 주위에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 소영씨는 “연정국악원 양인규 선생님과 서명교 선생님이 무상으로 장구와 피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며 “너무 감사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산성종합복지관 이영옥 관장님이 늘 따뜻하게 대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부녀의 꿈은 두 개다. 하나는 둘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과 좋은 목소리를 가진 소영씨가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황씨는 “눈을 잃었어도 딸로 인해 희망과 새 터전을 얻을 수 있었다”며 “소영이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냐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맞다. 딸이 없었다면 살 의미가 없다”고 털어놨다.

소영씨는 “아빠의 눈이 안 보여도 옆에 계셔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비록 부족하지만 아빠 때문에 용기를 가지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 황수동(오른쪽)씨와 황소영씨.
▲ 황수동(오른쪽)씨와 황소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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