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영화>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

  • 문화
  • 문화/출판

<출판/영화>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

  • 승인 2017-05-18 15:11
  • 신문게재 2017-05-19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이 책은 우리 중 누군가 겪어야만 했고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슬픔 · 고통 · 비극을 함께하며, 그 기억이 공간화되고 건축화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정의 시작입니다. 조금이라도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의 근원을 헤아려보기 위해서지요. 이 책의 목적입니다.” ---「서문」중에서

고통의 기억은 건물과 함께 남는다. 당사자들이 떠나거나 소멸한 뒤에도 주변을 떠도는 공기나 복도에 스며 있다. 그것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쓰라린 역사다.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는 누군가 겪어야만 했고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슬픔ㆍ고통ㆍ비극을 함께하며, 그 기억이 공간화되고 건축화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정의 시작이다. 조금이라도 타자(他者)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의 근원을 헤아려보기 위함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아픔이 깃든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무치는 공감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세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 ‘이해하기’, 두번째 ‘걷고 생각 나누기’, 세번째 ‘정리하기’다.

‘이해하기’는 공간, 건축 그리고 도시의 공간과 건축에 대한 글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공간, 건축, 도시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흥미로운 내용들을 이론적으로 약간 깊이 있게 다뤘다.

‘걷고 생각 나누기’에는 시민과 함께 방문했던 고통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다. 또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나눴던 시민들의 생각이 담겨있다.

1장은 남영동 대공분실과 경동교회 이야기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과거 인권유린의 고통스런 흔적이 남겨진 역사의 현장이다. 김근태가 전기고문을 당하고 박종철이 물고문을 당했던 곳이다. 경동교회는 해방전 ‘선한 사마리아 사람 형제단’이라는 이름으로 빈민을 돕다가 해방 후 선린형제단 전도관을 설립한 강원용 목사에 의해 세워진 건물이다.

2장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방문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타자의 비극이 어떻게 공간으로 형태화됐는지를 살폈다.

3장에서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다룬다. 근대적 일망감시 체계인 ‘파놉티콘(원형감옥)’의 형태와 옥사에서 사형장에 이르는 건물 배치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후 서소문 순교성지를 둘러보며 이 일대가 조선시대 행형장의 중심이 됐던 유래를 되짚는다. 동학 지도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참수됐던 비극의 장소가 특정 종교에 의해 대표돼서는 안 되며, 역사의 현장으로서 이 땅의 무늬와 결을 고스란히 되살려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베를린에 있는 ‘유럽의 학살된 유대인을 위한 기념비’를 상세하게 다루며 서울도서관 3층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간도 빼놓지 않는다. 총 4장에 걸쳐 여덟개의 공간을 소개하는 책은 공간의 구조와 배치, 동선 등이 상세히 서술하면서도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의 메시지를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김명식 저 | 뜨인돌 | 1만5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