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걷기, 삶을 바꾼다]걷는 즐거움, 행복한 삶

  • 경제/과학
  • 건설/부동산

[도심 속 걷기, 삶을 바꾼다]걷는 즐거움, 행복한 삶

  • 승인 2017-05-28 15:29
  • 신문게재 2017-05-29 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차가 점령한 도심, 이젠 사람과 공존할 때
걸으면서 더불어사는 삶의 중요성 인식 필요




아마 3년전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대전에서 도안신도시에 처음 생겼던 중앙버스전용차로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중앙버스전용차로라는 걸 모르다 보니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망사고 등 제도 시행 전보다 거의 5배 가까이 급증할 정도였다.

참다못한 한 주민이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시를 상대로 한 ‘도안동로 등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취소 요구’ 행정소송이다. 결과는 원심은 각하, 항소심은 기각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원고 적격과 제소기간 등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심 판결을 내렸던 대전지법 행정부 재판장의 얘기가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는다.

재판장은 대전시 소송대리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길(路)은 원래 사람의 것이다. 도로 역시 사람이 다니는 길인데, 차들에 양보한 것뿐이다. 비록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하지만, 한 주민이 거대한 대전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유에 대해 진심으로 성찰했으면 한다.”

정확한 말이다.

애초에 길은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車)가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다. 도심 곳곳에 혈관처럼 길을 뚫은 것도 어찌 보면 차님(?)를 위해서다.

물론, 사람이 편하고자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길에서 대우받는 건 사람보다 차다. 차의 불편함을 배려하기 위해 길을 양보하다 보니 이젠 소유권조차 주장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밀려난 신세다.

차를 탈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도심 속을 조금이라도 걷다 보면 차가 얼마나 점령군 행세를 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착하구나’라며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곱씹기도 한다.

두 발로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바꿔왔지만, 지금은 차만 보이면 직립보행을 멈춰야 하는 처지다. 언제까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해온 원동력인 직립보행을 위해 ‘인주화(人主化) 투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제자리도 돌려놓을 때가 됐다.

그렇다고 차를 몰아내자는 건 아니다. 나눠 갖자는 것이다. 그동안 사람이 차를 위해 일방적으로 양보해온 만큼, 사람이 걷기 본능을 망각하지 않게 이젠 차도 공존공생의 미덕을 발휘할 때다.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 다른 길로 다녀도 충분한 도로는 화끈하게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줬으면 한다. 차들이 너무 애용해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도로는 위(지상)와 아래(지하)를 양보해도 좋다.

소유권 완전 이전은 원하지도 않는다. 애초부터 자연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소유권이라는 건 없었던 것처럼 함께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다.

걷게 하자.

사람은 자연 속뿐 아니라 도심 속에서도 걷기를 원한다.

더 자주, 더 오랫동안, 더 편안하게, 더 가까운…., 그런 길이 있었으면 한다.

물줄기가 생기면 강이 생기듯, 길이 생기면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꽃과 나무 등 자연이 자란다. 그 속에 문화와 예술이 싹트며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배울 것이다. 단지, 걸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