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태풍이 지나가고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태풍이 지나가고

  • 승인 2017-07-06 10:03
  • 신문게재 2017-07-07 12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br />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일본 감독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의 작품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분입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겪는 일상의 작은 일들을 섬세한 연출력으로 그려내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태풍이 지나가고>(2016)를 소개할까 합니다. 료타라는, 40줄을 바라보는 무명의 소설가 이야기입니다. 그는 문학상을 탔던 청년 시절을 잊지 못하고 위대한 작품을 꿈꿉니다. 그러나 현재는 흥신소 직원으로 의뢰인의 부탁을 받아 남의 뒤를 캐는 일을 합니다.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고, 아이가 하나 있지만 엄마와 살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만 만납니다. 고향에는 어머니가 혼자 사십니다. 료타는 가끔 고향집을 찾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물건 중에 값나가는 것이 없을까 찾아대는 궁상맞은 사내입니다. 심지어 헤어진 전처가 직장 상사와 좋게 지내는 낌새를 채고 질투하는 못난 모습도 보입니다.

▲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포스터
▲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포스터

어느 날 고향의 어머니를 뵙기 위해 아들과 전처 그리고 료타가 함께 합니다. 원래는 저녁만 먹고 다시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태풍이 붑니다. 어쩔 수 없이 하루 저녁을 함께 보내야 하는 상황. 료타가 보여주는 철부지 어른의 모습은 더없이 불편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 누구도 꿈꾸던 삶만 살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태풍이 불던 날 밤 놀이터 미끄럼틀 아래를 찾아 우주를 꿈꾸던 소년이 어른이 됐습니다. 그러고는 “아빠는 뭐가 되고 싶었어? 되고 싶은 사람이 됐어?”라는 아들의 물음을 받습니다. 그는 한참을 뜸들이다 가까스로 “아빠는 아직 되지 못했어. 하지만 되고 못 되고는 문제가 아니란다.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거지.”라고 대답합니다.

영화 속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얼굴을 가까이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 멀찍이 떨어져 인물을 둘러싼 정황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에 깊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고향에 살며 아들 료타를 안쓰럽게 지켜보는 어머니와도 같습니다.

장마철입니다. 곧 태풍도 올 겁니다. 원치 않는 상황에 젖기도 하고, 삶의 위력에 휘청거리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삶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어느 만큼의 위안이 필요합니다. 영화가 료타를 대하는 눈길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