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시베리아 횡단열차 체험기

  • 문화
  • 여행/축제

[주말여행] 시베리아 횡단열차 체험기

일생에 한 번은 해볼만… 힘들지만 색다른 경험

  • 승인 2017-08-03 16:20
  • 신문게재 2017-08-04 9면
  • 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자
러시아 여행의 꽃이라고 표현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아시나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해 모스크바까지 가는 9천288km의 대장정. 지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를 일주일 간 타고 가는 험난한 여정. 비록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12시간짜리 여행이었지만 지면을 통해 체험기를 소개하려 한다.

▲ 하바롭스크역 전경.
▲ 하바롭스크역 전경.

하바롭스크역에 도착한 시간은 열차 출발시간을 약 3시간 정도 앞둔 저녁 6시였다. 버스에서 개인 짐을 내려 다음 날 아침까지 사용할 일이 없는 물건과 옷가지를 캐리어 깊숙이 넣어두고 역에 도착하기 전 마트에서 산 물품들을 한 쪽에 잘 정리해 두었다. 지금 당장은 열차에 올라 사용 할 물건들이기 때문에 소중히 다뤘다.

밤 새 먹을 양식과 양치를 위한 생수 등등.. 그렇게 짐을 다 정리한 후 하바롭스크역을 천천히 둘러봤다. 역 바로 앞에는 하바로프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역사와 주변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동상 주변으로는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많았는데 이미 여행객들이 차지하고 있어 그냥 바닥에 걸터앉았다.

▲ 역에 세워진 열차들.
▲ 역에 세워진 열차들.

일행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열차에 오를 시간이 되었다. 약간의 돈이 들지만 수고스러움을 줄이기 위해 캐리어는 짐꾼에게 맡겼다. 미리 기차 객실을 알려주면 해당 객실 옆 플랫폼으로 배달해준다.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에 오르기 전 직원에게 표와 여권을 보여줬다. 직원은 열차에 오르는 사람의 여권과 실물을 꼼꼼히 비교하며 승차을 허락한다.

▲ 승무원의 꼼꼼한 검표로 플랫폼이 붐비고 있다.
▲ 승무원의 꼼꼼한 검표로 플랫폼이 붐비고 있다.

어렵사리 오른 열차는 더웠다. 출발하기 전까지 에어컨도 틀지 않고 더운 날씨에 장시간 세워져 있어 한증막과 같았다. 4인 객실은 나의 상상과 달리 매우 좁았다. ‘여기서 어떻게 4명이 잠을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층의 침대는 펼쳐져 있었고 가운데 조그만한 탁자가 놓여져 있다.

1층의 침대는 처음에 접혀져 있는데 옆에 있는 버튼을 작동시키면 펼 수가 있다. 객실안에서 4명이 동시에 옷을 갈아입거나 캐리어를 정리하는건 무리다. 그래서 두 명이 옷을 갈아입거나 짐을 정리하면 나머지 사람은 복도에서 기다려야 한다. 캐리어는 1층의 침대 밑에 넣어두면 된다. 1층 침대 밑으로 캐리어를 밀어 넣고 열차에 오르기 전 산 물건들을 탁자 아래와 위에 올려놓았다.

▲ 4인실의 내부 모습.
▲ 4인실의 내부 모습.

좁은 공간에서 부산을 떨어서 그런지 땀이 났다. 열차의 한 량에는 양쪽에 화장실과 세면실이 위치해 있다. 4인실로 구성된 횡단열차는 24시간 화장실을 쓸 수 있는 반면 는데 누가 먼저 쓰기 전 잽싸게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에는 좌변기와 세수를 비롯해 양치 등을 할 수 있는 세면대가 있었다. 세면대 가운데를 누르면 물이 나온다. 그러나 계속 나오지는 않는다. 다시 눌러야 나온다, 아마도 물절약 차원에서 그렇게 만든거 같다.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아 세수만 하고 나왔다. 객실로 돌아오니 일행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상황이라 어수선한 분위기는 아니였다. 그렇게 1층 침대에 앉아서 땀을 식히고 여유를 찾는 동안 세면을 다녀 온 일행들이 마치 자신의 무용담처럼 씻는 방법을 공개했다. 그중 페트병 가운데를 잘라서 쓰는 방법이 제일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목욕은 불가능 하더라도 최소한 머리는 감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좁은 복도.
▲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좁은 복도.

밤 9시가 되자 열차가 목적지인 블라디보스톡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출발한지 약 10분 뒤 부터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했다. 열차에 어느 정도 적응도 됐고 시원하니 견딜만 했다. 일행들과 1층 침대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참고로 열차 안에서는 음주와 흡연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승무원에 따라 가벼운 음주는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고 문이 닫혀 있어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바깥풍경이 깜깜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저녁에 할 수 있는 건 잡담과 독서, 잠이 전부였다. 우리도 밤 12시 쯤 다음날 일정을 위해 취침에 들어갔다. 몇 시간 잠을 자고 새벽에 눈이 떠졌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잠을 포기하고 어제 보지 못했던 바깥풍경을 구경했다. 역시나 자작나무숲과 들판, 민가가 반복해서 나왔다. 하바롭스크역을 출발한 열차는 약 12시간 뒤 목적지인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 목적지인 블라디보스톡역에 세워진 조형물.
▲ 목적지인 블라디보스톡역에 세워진 조형물.

그사이 승무원이 밀가루로 만든 빵 같은걸 아침으로 주고 갔는데 우리는 입에 맞지 않아 그냥 그대로 두고 내렸다. 12시간 만에 열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고 상쾌한 아침공기를 들이 마시며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체험을 끝냈다. 만약 누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탈만해??’라고 물어본다면 일생에 한 번 또는 12시간 짜리는 탈만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성희기자 token7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4.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