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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계룡시 군문화축제때 지휘하고 있는 정 부소장 |
▲독립/광복군가에서 2000년대 새로운 군가까지 대한민국 최초로 집대성한 365곡의 악보집을 모았습니다.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인생 2막'을 군가(軍歌) 연구에 투신했는데요. 군가를 제대로 알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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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코랄 정기연주회에서 |
저는 수년 전부터 군가 연구에 매진해 왔는데요. 2년 전에 우리나라 최초로 <군가 이야기> 저서를 펴낸 이후 이번에 <한국군가대전집>을 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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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는 예술적 가치가 없는 음악이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오늘날 미국, 중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의 국가는 군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 군가 또한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천부적 예술성을 담아 만든 곡들입니다. 가요 속에도 수많은 군가가 탄생되었죠,
군가는 우리의 안보 역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고, 나라를 잃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독립정신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충절과 전우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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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중학생 무렵 군가를 처음 들었습니다. 일부 귀에 익은 군가는 부르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라 군가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군가를 배우지는 않았고, 해군사관학교 1기이신 선친에 이어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한 후에야 비로소 군가를 배웠습니다. 저는 부산 동아고 시절부터 합창단 회장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해군사관학교 시절 야간에 4년 선배가 가입교한 생도 240여 명을 한 곳에 모아놓고 3~4회 가르쳤는데 고된 훈련에 지쳐 반 이상은 졸았습니다. 악보도 없고 가사만 인쇄된 유인물에 녹음기를 틀거나 한 소절씩 직접 불러서 따라 부르는 방법이어서 구전으로 익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학 4학년이 되자 똑같은 방법으로 후배들에게 가르쳤는데 그 이후 30여 년 군 생활 동안 군가를 배운 기억은 없습니다. 구전 형태로 배웠으니 가사가 틀려도 몰랐고, 군가인 줄 알았는데 아닌 곡도 있었습니다. 잘못 부르는 군가도 있었고 없어진 군가도 많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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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레멘 국제음악제 한국대표단장 참가 때 |
▲우리 군가는 1920년대 이후 독립군가와 1940년대 광복군가가 있습니다. 해방되고 군대가 결성된 직후인 1946년부터 많은 군가들이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들에 대한 고마움과 비애를 갖게 했고, 승패에 대한 결과와 적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갖게 했습니다. 자연히 전쟁과 관련된 많은 곡들이 창작되거나 연주됐고, 많은 명망 있는 작곡가들은 군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국가 위기에서 음악인들도 자신들이 지닌 재능을 국가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망이 자연스레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군가들은 전쟁을 앞두고 전쟁을 치르며 사실로, 감동으로, 사기 진작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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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공보실 근무 당시 모습 |
▲1951년 8월 육군 최초의 <군가집>이 발간됐는데 육군 본부 정훈감실에서 밝힌 이유는 ‘군가를 보급하기 위하여 군가지도원을 파견한 결과 각 부대의 교재 결핍으로 군가 보급에 큰 지장이 있어서’였습니다. 군가를 만들었지만 장병들에게 잘 전파될 수 없는 지경이었다는 말이지요. 최초의 군가집에는 육군 군가 8곡만 실려있는데 당시까지 제정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군가는 모두 20곡 정도로 추정됩니다. 1953년 5월 발간된 <군가집>에는 육해공군 해병대 군가 55곡이 실려있고, 2008년 국방부에서 발간한 <군가총록집>에는 266곡이 실려 있는데 세월이 가면서 빠진 곡도 있고 후에 다시 수록된 곡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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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병과장 이취임식에서 |
▲군가는 장병 다수가 함께 소리 내어 부를 수 있는 곡이면서 목적 있는 노래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때문에 노랫말은 직접적이면서 간결하고 선율의 흐름이 쉽고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가인 만큼 승리의 기운을 나타내는 리듬이 묘사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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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한민국 국군의 군가를 종합,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장병들에게 잘 불리지 않는 군가는 폐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군가는 우리의 안보 역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군가의 노랫말은 그 곡을 부르는 다수의 장병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가사로 이뤄집니다. 따라서 그 표현이 직접적이고 강렬합니다. 군가의 가사와 제정된 시기를 비교하면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기가 쉬운데 우리는 이러한 가치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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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TV 군가 관련 좌담회 출연중 |
과연 군가는 예술적 가치가 없는 음악일까요? 오늘날 미국, 중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의 국가는 군가에서 비롯됐고, 프랑스 국가는 많은 클래식 곡에도 삽입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군가의 상당수는 김동진, 김성태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지은 곡입니다. 그들의 천부적 예술성은 군가를 작곡할 때만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일부 음악 평론가들은 군가에 대해서만 유독 폄훼하는 경우가 있고, 군 내부에서도 그렇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예술에 대한 연구가 고급예술, 또는 대중적 호응을 많이 받은 예술에만 국한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바치는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랫말과 음율보다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서구의 예술작품들은 전쟁을 바탕으로 탄생했는데 우리의 예술적 가치성은 피 튀기는 전쟁과 긴장된 전선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일까요? 저는 이러한 몇 가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갈망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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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군가도 다수 찾아 수록했지만 몇 가지 오류가 있어 모두 수록하지는 않았습니다. 군가 300곡은 시대는 달라도 여러 군에서 발간한 군가집에 수록된 곡을 위주로 했습니다. 독립군가와 광복군가 20곡도 선별해 수록했습니다. 일본 군가를 차용했거나 같은 선율을 사용한 곡, 군가가 아닌 곡들은 제외했죠. 해방전 독립/광복군 진영에서 부르던 곡들은 <광복의 메아리>나 1995년 중국에서 발간한 <동북항일연군가곡선>에 전체가 수록돼 있습니다. 여기서는 1945년 이후 탄생한 우리 군가에 중점을 두었죠. 전쟁/진중가요 65곡은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일반 가요로 제작되어 장병들이 많이 애창했던 곡인 전쟁가요와 현재 군가로 분류돼 있지만, 애초에 진중가요로 지어진 곡과 군가의 성격이 아닌 곡, 일반 장병들이 가창할 수 없는 곡들은 진중가요로 구분해 수록했습니다. 우리 군이 탄생할 때부터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군에 입대했던 수많은 대한민국 남성들 뇌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병영예술, 군가의 존재를 밝혀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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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군가비인 ‘바다로 가자 군가비’가 정성엽 부소장의 건의로 2016년 4월2일 진해 해군사관학교에 세워졌다. |
▲다소 미흡해 부끄럽지만 이 책으로 인해 대중예술이자 국가예술의 한 획인 군가의 존재 가치가 더 명확해져서 다음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 일생일대의 좌우명인 정직, 신중, 근면을 토대로 살면서 계룡대 지역에 한국 군가 기념관을 세우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지휘하고 있는 베테랑 코랄 합창단을 통해 4부 합창곡으로 변환돼 불려지는 군가들이 <군가연구>에 모두 수록돼 나오고 있습니다.
군가를 4부로 변환하는 작업을 통해 멋진 군가를 제작해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작곡가회 회장님인 백석대 음악대학원장 정덕기 교수님이 4부 변환 작업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군 음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저는 지난 11월부터 매주 금요일 아침 7시15분 100.1 MHZ 국방 FM 국방광장 프로그램을 통해 20분간 <우리의 군가>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군가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사회단체부 부국장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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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코랄 정기연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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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엽 부소장은 1958년 부산 출생으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연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철학을 수학한 뒤 한남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해군과 해병대 여러 부대의 정훈 참모를 역임했고,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 겸 대변인 직책을 끝으로 2012년 군에서 전역했다. 이후 수원대 대학원 음악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독일 브레멘 국가음악제 한국대표단장을 역임한 군가 전문가이다. 안양대, 한남대 등에서 안보학, 행정학 겸임교수를 지냈고, 저서로 국내 최초의 군가 전문서적인 <군가 이야기>를 비롯해 다수의 논문이 있다. 현재 한국 군가정책연구소 부소장이면서 군가 전문 합창단인 코리아 베테랑 코랄 음악감독과 육군 정책발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또 국군방송 <국방광장> 프로그램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7시15분부터 20분간 '우리의 군가'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가족으로 부인 이선영(59. 숙명여대 피아노과 및 동대학원 피아노과 졸) 씨 사이에 큰 딸 정유진(33. 태국 마히돌대학교 음대 교수 및 태국 국립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씨와 둘째 딸 정은진(24. 서강대학교 대학원 4학기 재학 중. 시나리오 작가)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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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엽 부소장 가족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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