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데…' 장애인에게 불친절한 대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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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데…' 장애인에게 불친절한 대전예술

예당 앞 점자블록 바닥과 구분 어려워
보호자와 동승하기엔 비좁은 휠체어석
미술관 청각장애인 위한 도슨트 부재

  • 승인 2019-03-31 18:03
  • 신문게재 2019-04-01 6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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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술의전당 입구에 설치된 점자블록. 은회색 빛을 띠고 있어 바닥과 구분이 어렵다.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문화도시로의 비상을 꿈꾸는 대전이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에게는 문화예술 향유의 문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방문한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은 시각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조차도 어려운 구조였다.



대전예당 광장에는 점자로 된 보도블록이 한 줄 그어져 있다. 이마저도 왼쪽 입구에 치우쳐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는 은회색이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약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구조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노란색이다. 장애인 점자블록 설치 기준에도 '표면이 황색을 띄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전예술의전당 앞 점자블록은 은색, 회색으로 일반 보도블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광장에서 공연장이 있는 실내로 들어와도 불편함은 여전했다.

대리석으로 잘 정돈된 바닥이지만 누군가 안내 해 주지 않는다면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방향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공연을 보러온 장애인들의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난 26일 대전예당에서 개최된 '피아노 서커스' 공연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관람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장애인의 보호자는 "대전예당처럼 큰 공연장에 가보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아트홀은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데도 리프트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석이 아닌 앞쪽에서 공연을 관람할 경우 직원들이 직접 업어서 내려다 준다는데, 위험한 소리"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보호자는 "보호자와 장애인이 함께 앉아있기에는 휠체어석이 너무 비좁고 심지어 보호자 좌석은 간이 의자”라며 동행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전했다.

대전예당 아트홀 휠체어석은 휠체어 두 대와 간이의자 두 개가 겨우 들어가는 정도의 넓이였다.

대전예당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하우스 매니저가 자리까지 안내하고, 몸이 불편한 관람객은 직접 업어서 앞쪽 좌석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당 공연장은 1993년 설계 공모해 지어 리프트를 설치하려면 전면 공사를 해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립미술관도 장애인 관람에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

휠체어를 타고 제 5전시관으로 이동하려면 건물 밖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실내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탓이다.

또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도슨트는 마련돼 있지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리플릿이나 도록은 전무했다.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보통 장애인들은 개인보다는 단체로 관람을 많이 해 사전 문의를 통해 해설사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다만 아직 청각장애인을 위한 도슨트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전광역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장애 영역은 15개에 달하지만, 현재 문화기관의 장애인 배려시설은 보여주기 식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회, 전시회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비교적 쉽게 즐기는 영화조차도 관람하기가 어렵다"며 "배리어 프리(시청각 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 자막 등을 제공하는 것)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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