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마애불, 백제의 미소를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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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마애불, 백제의 미소를 활용하자

  • 승인 2015-12-16 14:23
  • 신문게재 2015-12-17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해양문화를 빼고 백제를 말할 수는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성장했던 나라가 백제다. 그래서일까. 충남도가 15일 내놓은 해양수산 비전 중 '세계를 향한 교류의 바다'라는 항목이 눈길을 잡아끈다. 해양 건도(建道) 충남을 위한 이 목표의 일부는 어쩌면 백제 정신의 현대적 변용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곧장 고대 해상강국을 떠올리면 역사적 비약이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의 실마리를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에서 풀어가기로 한다.

▲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서산시청 제공
▲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서산시청 제공
이 불상은 그냥 불상이 아니다. 해양강국의 위엄을 푸는 열쇠가 숨어 있다. 보주(寶珠)를 손에 든 위치만으로도 백제와 중국 남조의 활발한 교류를 설명해준다. 마애삼존불상이 서 있는 서산 운산면은 수도 부여에서 태안반도를 경유해 중국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백제는 환(環)황해 시대를 1400여년 전 동아시아에 이미 구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국보 84호인 서산 마애삼존불을 '백제의 미소'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미소는 그리스에 뿌리를 둔다. 그리스 아르카익 시대 조각상들을 보면 알듯 말 듯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불상의 미소를 역추적하면 바로 이 '아르카익 미소'에 맞닿는다. 일찍이 알렉산더 대왕이 간다라 지방을 정벌한 다음, 그리스인들이 불상을 만들기 시작해 생긴 흔적이다. 초기 불상이 그리스인을 닮은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간다라에서 탄생한 불상은 중국에 유입되면서 중국식 도포 차림으로 환복을 한다. 얼굴도 동양인이다. 한반도에 들어오면서는 고구려인과 백제인과 신라인을 닮아간다. 삼국의 다른 불상에도 아르카익에서 진화한 은은한 미소가 감돌지만 장쾌함에 있어서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따를 수 없다. 요새 말하는 감정노동의 웃음이 아닌 과장과 가식 없는 행복한 미소 그것이다. 이 얼굴이 약간 통통한 백제인이 아마 오늘 우리의 자화상일 터다. 백제의 무덤에서 나온 얼굴을 복원해 보면 놀랍게도 마애불의 얼굴과 빼닮았다.

이 미소는 바다를 주름잡던 강국의 면모를 이해하는 메신저로 활용돼야 한다.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처럼 세계유산인 것과 아닌 것으로 양분할 일이 아니다. 서산의 마애불이나 예산 임존성, 서천 건지산성은 언젠가는 세계유산 등재가 돼야 할 것이다. 태안 마애삼존불과 예산 석조사면불상(사방불)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때까지는 백제를 표상하는 하나의 심벌이 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제부터 우리는 백제가 부여로 천도하고 해상강국으로 거듭난 역사성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주 무령왕릉 역시 해양을 통한 교류의 증거물이다. 무덤 양식을 중국식으로 바꾼 사실에서는 개방성이 엿보인다. 이 역시 백제가 중국 양나라라든지 일본 등과 국제 교역을 주도했다는 생생한 타임머신이다.

번뇌에서 놓여난 적멸의 미소를 다시 보라. 저 미소는 세계인과 소통할 아이콘으로 활용해볼 만하다. 세월이 녹아든 삼존상(왼쪽이 보살상, 중앙이 여래상, 오른쪽이 반가사유상)의 환한 미소에서 '세계를 향한 교류의 바다'를 잇는 끈을 찾는다. 백제(백제역사유적지구)는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 주최로 소비자가 뽑은 '2016년 대한민국 퍼스트 브랜드 대상'에도 선정됐다. '백제'가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가 될 2016년 새해가 더 기대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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