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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충식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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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험지가 영남 험지, 호남 험지보다 덜 험하다고 인식될 뿐이다. 새누리당에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서울 강남권을 빼고도 험지는 가변적이다. 진박, 탈박이 엇갈리고 야권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스펙트럼이 나뉘면 더 그럴 것이다. 산과 산 사이의 좁은 애(隘)가 있고 산과 절벽으로 꽉 막힌 조(阻)가 있으며 가파른 산비탈인 험(險)이 있다. 험지라도 자세히 보면 결이 다르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자기방어용 험지도 있을 수 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수도권 차출론을 겨냥해 “여기(청주 상당)가 험지인데 어딜 갈 수 있냐”고 되물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구 수성갑이 험지라며 지역 사수 의지를 굳힌다. 최원식 의원은 더민주를 탈당하며 “험지 출마를 자초하는 결정”으로 스스로 의미 부여를 한다. 험지가 열세에서 치열한 경합으로, 박빙의 의미로 널리 확장돼 쓰인다.
용례가 '랜덤'이다 보니 용도 외로 곧잘 변질된다. 현역 교체론이나 견제용으로 비쳐지는 험지 공방 역시 관심거리다. 그런가 하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얼굴 좀 알려졌다고 아무 지역에나 나가면 부끄러운 발상”이라며 선거구민과의 신뢰를 들먹였다. 지역구가 부산 중·동구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험지 출마를 하라면 하겠다며 조 전 수석이나 불출마 선언한 강창희(대전 중구) 의원과 다른 포즈를 취한다.
험지 차출론은 이래저래 기득권 버리기, 전형적인 등 떠밀기, 중진 퇴진론이 혼재하고 공천권 갈등 성격을 띠어간다.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가 향배를 가르는 충청권은 3자 구도로 바뀌면서 모두가 모두의 험지가 될 수 있다. 야권 분화 가속화로 '아군'이 갈 수도, '적군'이 올 수도 있는 교지(交地)가 특징이다. 제후의 땅이 세 나라에 연접해 앞서 취하면 천하를 얻는 손자병법의 구지(衢地) 같은 곳이 충청권이다.
거듭 밝히지만 일단 안방 같은 평지나 양지는 적다. 험해서라기보다는 '밭'이 달라서다. 충청권 야당의 경우,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변재일 의원을 제외하고는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이 있고 범친노 성격이나, 깊이 들어가면 다층적이다. 영·호남과 달리 다선의원을 수도권 험지에 보내고 죽 떠먹은 자리처럼 얼른 채워지지도 않는다. 잘 싸우면 살고 잘못하면 죽는 사지(死地), 그 멀고 험한 곳에서 생환하면 화려한 부활이지만 정치 초년생들에게는 싸우다 전사하라는 말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강요하는 쪽과 강요당하는 쪽에서 '니가 가라, 하와이' 식 살벌함마저 감지된다. '험지 못 간다고 전해라~'는 '백세인생' 버전까지 나온다. 정치가 오자병법 가르침대로 죽을 각오를 한다고 반드시 살지는 않지만 험지 특화, 평지 특화가 석 달 남은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인 것만은 확실시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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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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