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특별시' 사라지면 지방이 살아날까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의 지역프리즘] '특별시' 사라지면 지방이 살아날까

  • 승인 2016-01-27 14:56
  • 신문게재 2016-01-28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서울특별시는 이름부터 특별하다. 여기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수도에 특별이라는 단어를 붙인 나라는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에 남포특별시와 라선특별시가 있긴 하다. 평양은 직할시다.) 전후 맥락은 '특별시만 특별하고 나머지는 특별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방자치의 걸림돌이라는 것이었다.

국가행정 전반과 지방자치를 총괄하는 부처(현 행정자치부)의 장관을 지낸 유정복 시장이 본 그대로 서울특별시는 행정적으로 특별한 대우를 넘어 위계나 서열을 암시한다. 일본 행정구역으로 격하된 경성부에서 수도 의미인 '서울'을 찾은 것은 좋았는데 '특별시'를 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미군정 당시 서울특급시 영문명(Independent city of Seoul)에서 유래한 특별시가 지난 68년간 대한민국의 서울공화국화에 수훈갑이 됐다.

같은 수도권인 인천시의 시장이 문제적 시각을 갖는 것도 이 부분이다. 각종 법령에서 지방을 자치단체로나 보고 중앙정부만 국가로 보는 대칭성의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비슷한 얘기는 지난주 전국지방신문협의회(전신협)에서 나왔다. 대전에서 열린 사장단 정기회의에서 김중석 전신협 회장은 “지방은 중심이 따로 있음”을 전제한다며 변방, 주변으로 고착된 '지방'을 '광역'으로 바꾸자고 말한다. 넓은 구역을 지칭하는 '광역'이 소지역(小地域) 단위에 못 쓰이는 단점이 보완된다면 일고할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그 전에 종속개념, 하위개념이 강조된 '지방'의 옷을 아예 벗어버리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대전지방경찰청과 충남지방경찰청, 대전지방국세청,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에서 지방을 빼는 것이다.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는 있지만 물론 안 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방 대신 지역대학, 지역언론 등으로 고쳐 불러도 사회·정치적 서열화가 깨지지 않음을 익히 경험했다. 특별한 중심의 주변부로서 지방이란 의미는 한국적 현실에서 그처럼 강고하다.

더 극단적으로는, 지방을 없애야 지역이 산다고도 한다. 그만큼 반지방적인 지방이 되어버렸다. 서울 중심의 중앙지향성, 그리고 지방자치 21년에 이르도록 중앙과 지방 사이에 어울림과 맞섬이 순환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전국-지역의 수평적 연대감을 회복할 수 있다면 지방 논란, 특별시 논란은 불필요할지 모른다. 역사적 전거를 들춰보면 고려 때 평양을 서경(서쪽 서울)이라 하고 북진정책의 거점으로 삼고 왕이 머무르기도 했는데, 그런 도시가 바로 기능상 '특별시'였다고 본다.

물리학의 법칙으로 해석해보자면 여기나 저기나 별반 차이 없는 공간의 균질성, 어느 방향이든 똑같은 등방성이 무시된 것이 문제였다. 우리처럼 내재적 보편성이 결여된 런던특별시, 파리특별시, 캔버라특별시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1940년대 도쿄가 잠시 특별시였던 적은 있다. 이 대목에서 국가균형발전의 이념으로 버무려진 세종시가 걸린다. 세종특별자치시는 광역자치단체 기반의 단층 지자체라는 특성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선례를 참고해 명명됐다. 태생적으로 특별한 도시인 것은 맞지만 그래서 붙은 이름은 아니다.

자칭 지방자치론자인 유정복 시장은 이 점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는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를 “도처에 널려 있는 중앙집권적 행정문화”로 간주한다. 어느 경우든 어떤 지위를 누리기 위한 특별한 꼬리표라면 언젠가 버려야 할 유산일 것이다. 지방분권자치에 특별한 공공의 적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 10대 도시인 서울에 딴죽 걸자는 게 아니라, 무엇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길인지 진지하게 궁리해보자는 것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