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사진=연합 DB |
동갈삼치과(혹은 고등어과)에 딸린 바닷물고기가 삼치이다. 몸길이는 대략 1m 전후인데 이렇게 큰 바닷물고기를 삼치麻魚 또는 망어亡魚, 마교馬鮫라 한다. 남해 지방에서는 이보다 작은 삼치를 ‘고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를 국민가수라고 하듯이 바닷물고기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국민생선으로 꼽히는 것이 삼치와 고등어라고 한다. 그만큼 삼치와 고등어는 육질이 부드럽고 신선하며 맛이 뛰어나 특히 횟감으로 일품인데 단점으로는 삼치와 고등어 모두 성질이 급해서 잡히자마자 이내 죽어버림은 물론 잡자마자 바로 회를 떠서 먹지 않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먹으면 시간이 경과한 만큼 맛이 변해버린다고 한다. 따라서 이 두 물고기는 바닷가에서 잡은 즉시 먹어야 제 맛을 알기 때문에 바다와 떨어진 내륙 지방 사람들은 그 맛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이 삼치라는 말이 생긴 유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본래 삼치라는 바닷고기는 예로부터 이름이 없어 어부들 사이에 그저 횟감으로 맛이 기가 막히게 좋은 물고기로만 전해왔다.
조선 중기에 서울에서 자란 선비가 벼슬길에 올라 마침내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하였다. 그는 부임하자 곧바로 관내 초도순시를 하게 되었는데, 마침 남해바닷가 어촌이 있는 고을에 이르자, 고을 원님은 그 지방에서 잡힌 이 훌륭한 물고기 회를 술안주로 관찰사에게 대접을 하였다. 평생 처음 먹어보는 관찰사는 그 맛에 즉석에서 그만 반해 버렸다. 그는 순간 이렇게 맛이 있는 회를 자신만 혼자 즐긴다는 것이 임금께 죄를 짓는 것 같아, 가장 크고 좋은 물고기를 잘 포장하도록 하고 충성스러운 사연을 적어서 함께 한양의 상감께 올렸다.
여러 날을 걸려 한양에 도착한 관리는 먼저 상감께 글을 전한 다음 그 물고기를 진상하였다. 기쁜 마음으로 이를 받은 상감은 얼마 뒤 상위에 올라온 물고기의 맛을 보니 비릿하고 상한 냄새에다 맛이 이상하여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감은 “이 놈이 나를 능멸하였구나!”하고 즉시 그를 파직시키고 말았다.
한편 그 생선을 맛보시고 곧 칭찬과 함께 큰 상이 내려질 것이라 믿고 기다렸던 관찰사는 뜻밖에도 파직 소식을 듣고 “이 고기 때문에 내가 망했으니 이 고기는 나를 망하게 한 망어亡魚임이 틀림없구나!”하고 크게 한탄하였다. 이때부터 이 물고기는 비로소 ‘망어亡魚’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이 ‘망어’가 뒤에 음이 변하여 ‘마어’로 불리어지면서 한자어로 ‘삼 마麻’자에다 ‘고기 어魚’자를 붙여 ‘마어麻魚’로 표기하였는데 다시 ‘마麻’의 우리말 ‘삼’에다 어류魚類를 나타내는 우리말의 접미사 ‘치’를 붙여 삼치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바닷물고기 이름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전라남도 여수 앞 거문도에서 잡히는 삼치가 가장 좋은 것이라는데 현재 그 가운데 80%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20% 정도만 국내 소비가 되는데, 그것도 ‘마어’보다는 ‘고시’가 국내 소비의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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