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호두, 고려시대 유청신이 들여와 고향 천안에 심어

  • 문화
  • 송교수의 우리말 이야기

[우리말]호두, 고려시대 유청신이 들여와 고향 천안에 심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30. 호두 胡桃

  • 승인 2016-05-05 12:10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긴 설명이 필요 없이 호두나무의 열매를 호두라고 한다. 성질이 따스하여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는 이 호두는 호도胡桃가 변한 말이다. 처음에는 호도였던 것이 사람들이 호두로 더 많이 사용하면서 아예 굳어져버리자 정식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명물 호두과자’로 쓰는 경우는 잘못된 표기라기보다는 고유명사화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여기에다 한자도 호도‘胡桃’를 그대로 쓰면서 호두와 혼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앵두’나 ‘자두’의 경우도 원래 앵도櫻桃, 자도紫桃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국어에서 모음조화현상이 많이 깨진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15세기 중국어에서는 ‘호도’나 ‘자도’, ‘앵도’ 처럼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것이 원칙이어서 그 현상에 어긋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후대에 오면서 이러한 규칙은 점차 깨어져 갔고, 현대국어에 이르러서는 중세국어의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고, 또 양성모음에도 음성모음이 어울리는 현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요즈음 우리가 ‘호두’하면 천안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호두과자가 천안의 명물로 등장하여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지만, 그 호두과자의 원료인 호두의 우리나라 시배지가 천안시 광덕면인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호두는 중국 한나라 장건이 서역에서 들여와 현재 중국의 각 지방 특히 화북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그 호두가 일본에는 18세기경 한국에서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 호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700여 년전 고려 충렬왕(1290년) 12년에 유청신에 의해서다.

유청신은 고려 중기의 역신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몽골어를 열심히 공부하여 후에 여러 번 원나라에 내왕하는 동안 외교에 능했으므로 충렬왕의 총애를 받아 대장군을 거쳐 동지밀직감찰이 되었다. 충선왕 때는 광정부사에 오르고 충렬왕 복위 후에는 첨의정승이 되었으며, 이어 고흥부원군에 피봉되고, 왕의 옥대를 하사 받았다.

그가 충렬왕 12년에 역관으로서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호두나무 묘목 3그루와 종자 5개를 얻어 고향인 천안시 광덕면 봉화산에 심은 것이 이 땅에 호두나무를 심은 시초가 된다.

이 나무에서 열매가 열자 처음에는 이 열매의 이름을 알지 못해 호지胡地인 원나라에서 가져왔고, 과실의 모양이 복숭아처럼 생겨서 호지胡地의 호胡자와 복숭아의 도桃자를 따서 ‘호도’라고 불렀다.

광덕면에 있는 절 광덕사의 입구에는 처음 이 땅에 호두를 심은 유청신을 기리는 비가 하나 서 있는데, 그 비의 갓으로 호두를 조각해 얹은 것이 특이하다.

또한 그 옆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400~500년 생의 호두나무가 서 있는데 유청신이 처음 들여온 묘목의 자손으로 추정되고 있다.

앵두와 자두가 처음에는 앵도櫻桃와 자도紫桃였던 것처럼 이 호두도 처음에는 호도胡桃였던 것이 사람들이 ‘도’ 발음보다는 ‘두’ 발음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아예 ‘두’ 발음으로 굳어져버리자 ‘앵두’, ‘자두’, ‘호두’가 모두 정식 표준어가 된 것이다.

한편 이 호두를 달리 ‘추자’라고도 부른다. 추자 열매가 마치 우리나라의 다래나무 열매를 닮았다 하여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추자와 구별하기 위해서 당추자라 했다.

오늘날 외제를 국산과 구별하기 위해서 양복洋服, 양말洋襪, 양담배, 양주洋酒 등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양洋’자를 붙이듯이 과거에는 외래품에다 ‘당唐’자나 ‘호胡’자를 많이 붙여 국산과 구별했던 것인데 뒤에 ‘당’자가 없어지고 ‘추자’만 남아서 지금처럼 호두와 함께 추자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