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주인여자와 내외하는 '내외술집'… 바침술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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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주인여자와 내외하는 '내외술집'… 바침술집도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32. 주점(酒店)

  • 승인 2016-05-07 09:22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게티이미지 뱅크
▲ 게티이미지 뱅크


‘주점’이라 함은 술집을 말하는데 옛날 술집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가령 목로에서 앉지 않고 서서 잔술만 마시는 선술집이 있는가 하면, 앉아서 먹되 병술과 안주를 먹는 내외 술집, 막걸리를 사발로 파는 막걸리집, 술만 만들어 다른 집에만 파는 바침술집, 이 밖에도 지금의 유흥 음식점격인 여자를 두고 즐기며 술을 마시는 색주가 등도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주점이란 내외술집인데, 이곳은 접대부가 없이 술을 순배로 파는 집을 말한다. 이는 선술집인 목로술집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런 술집을 가리키며, 이 곳이 내외술집이라고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술집 주인 여자가 외간 남자와 바로 얼굴을 대하지 않고 내외를 하며 파는 술집이기 때문이다.

이 내외술집은 외형으로 보면 보통 가정집이지만 대문 옆에 ‘내외주가內外酒家’라 써서 술병 모양의 테를 붙여두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술집으로 알고 찾아들게 된다.

이 술집에서는 매운탕 같은 국과 당장에 만들기 어려운 마른안주를 준비해 두고 기다린다. 일반가정에서 별안간 손님이 찾아오면 졸지에 안주 마련도 어렵고 어차피 술은 사와야 할 판인 경우, 목로술집으로 가기에는 좀 실례가 되므로 내외술집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 집에 들어가서 우선 중문을 약간 두드리면서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면 안에서는 식모나 소녀를 시켜 “어디서 무엇 때문에 오셨느냐?”고 묻는다. 손님이 술 마시러 왔다고 하면 식모가 대문 안 중문간에 세워둔 돗자리와 방석을 펴놓고 들어가 매운탕과 묵, 또는 편육을 차린 간단한 술상을 내어 놓는다.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이 내외술집에서는 목로술집과 같이 잔 수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전자 수로 계산하는데 안주 값을 따로 받지 아니하므로 손님은 최소한 세 주전자를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술을 세 주전자 이상을 팔아야 그 집이 수지가 맞지, 겨우 한두 주전자만 팔면 안주 탓에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접대를 받은 사람이 주량이 적어 한두 주전자만 마셔도 세 주전자 값을 내놓아야 그 집에 손해가 없게 되고, 또한 이것이 관례처럼 되어왔다.

이때 세 주전자까지는 처음 내어온 안주로 마시게 두고, 더 주지 않지만 네 주전자부터는 주인이 무슨 안주든지 하나씩 더 내보내고 술꾼 또한 무엇을 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심부름하는 식모가 없든가 소녀가 없이 술만 파는 집도 있었는데 이런 집에서는 술꾼이 중문에서 술을 청하면 주인 여자가 “황송하오나 이 집에서는 심부름할 사람이 없으니 손님께서 거기에 있는 자리를 깔고 앉으시라고 여쭈어라” 하고 말하면 술꾼이 자리를 깔고 앉자 곧바로 중문에다 대고 “술상 내보내시라고 여쭈어라” 하고 소리를 친다.

그러면 주인 여자가 중문 뒤에서 문을 조금 열고 술상을 놓고 가면 술꾼들은 그 술상을 들어다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을 마시다 술이 모자라 더 청하려면 중문을 조금 밀고 주전자를 들이 밀면서 “한 주전자를 더 내보내라고 여쭈어라” 라고 한다. 그러면 주인 여자는 말없이 술만 내어 놓고 간다.

술을 다 마신 술꾼들은 중문간에가 대고 “몇 주전자 나왔으며 술값은 얼마냐고 여쭈어 보아라” 하고 말을 하면 주인 여자는 “몇 주전자이고 한 주전자의 값이 얼마라고 여쭈어라” 하고 대답한다.

그리하면 술꾼들이 술값을 계산하여 상에 놓고는 이내 중문간에 대고 “잘 먹고 간다고 여쭈어라” 하며 소리치고 술집을 나선다.

옛날에는 남녀간의 예의가 엄하여 여자가 가까운 친척 외에는 절대로 대면하여 말을 하지 않았고 내외內外라 하여 엄하게 분별하였는데 이때 내內는 여자요, 외外는 남자를 가리킨다. 또한 말도 단 둘이 있으면서도 직접 대화를 하지 않고, 꼭 누구를 통해서 하는 식의 간접대화를 하였다.

이처럼 옛날의 지체 있는 집안의 여자들은 생활이 쪼들려 비록 술장사는 할지언정 예의를 준수하면서 영업을 하였던 것이다. 내외술집이란 결국 내외를 분별하면서 술을 판다고 하여 나온 말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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