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백수는 흰손? 백수건달의 준말

  • 문화
  • 송교수의 우리말 이야기

[우리말]백수는 흰손? 백수건달의 준말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41. 백수 白手

  • 승인 2016-05-16 09:40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 개그콘서트 중 현대생활백수 방송 화면
▲ 개그콘서트 중 현대생활백수 방송 화면

백수는 백수건달白手乾達의 준말로 ‘아무 것도 없는 멀쩡한 건달’을 일컫는다.

이 말은 1920년대 우리나라에 퇴폐주의 사조가 유행하면서 생긴 것인데 처음에는 창백한 얼굴에 흰 손을 가진 무기력한 지식인을 가리켰다. 당시에는 입으로는 민중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그와 동떨어지게 나약한 삶을 사는 이른바 인텔리들을 가리킨 데서 이 백수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머리속에는 상당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으면서도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이 다방 저 다방을 순례하면서 고담준론을 일삼으며 무위도식하는 군상들인데 그 얼굴이나 손이 희었기 때문에 백수白手라고 했다.

이 흰 손白手에서 시작된 말이 다음으로 맨손이라는 뜻으로 확대되었다. 이 말이 처음으로 문헌상에 나타난 것은 팔봉 김기진의 「백수의 탄식」이라는 시에서부터이었는데 거기서 팔봉은 ‘너희들의 손은 너무나 희구나!’라고 백수를 탄식했다. 그 뒤에 1930년대 정지용은 그의 대표 시 중의 하나인 「카페 프랑스」에서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무 것도 아니란다. /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라고 읊고 있다.

이렇게 쓰여지기 시작한 백수가 이제는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며칠씩 감지 않은 머리와 추리닝 복장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만화방에 모여들던 현실도피형이 70년대의백수의 모습이었다면 IMF를 겪은 이후에는 직장을 잡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놀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있는 실업자들을 가리켜 백수라고 하는가 하면 공무원으로 퇴직하여 연금을 타며 여생을 즐기는 노인을 화려한 백수, 이를 줄여서 ‘화백’이라 이르니 백수는 직장을 갖지 못하고 노는 실업자를 총칭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사오정’, ‘이태백’이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조기 퇴직자를 백수로 지칭하기도 한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 KBS2TV  꽃보다 남자 중 구준표 역의 이민호
▲ KBS2TV 꽃보다 남자 중 구준표 역의 이민호


▲ 영화 똥개 중 정우성
▲ 영화 똥개 중 정우성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