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외롭던 시절 날 감싸준 이태원에 생애 첫 집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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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외롭던 시절 날 감싸준 이태원에 생애 첫 집 지어요"

SBS 모비딕 '경리단길 홍 사장'서 공개…"집 없는 설움 잘 알죠"

  • 승인 2016-09-04 14:01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내려 요즘 '뜨는' 경리단길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이태원 초등학교가 나타난다.

인근 주택가 안쪽에 자리한 땅에서는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1층 외벽까지 마무리한 이 건물의 주인은 홍석천이다.

배우이자 방송인, 사업가, 요리사인 그는 이번엔 집을 짓겠다고 나섰다.

나이 마흔다섯, 또 다른 고향인 이태원에 생애 첫 집을 마련한다는 꿈에 부푼 홍석천을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SBS에서 만났다.

▲ 홍석천. 연합뉴스 제공
▲ 홍석천. 연합뉴스 제공

그의 다사다난한 집 짓기는 지난 7월부터 SBS 모바일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의 '경리단길 홍 사장'에서 소개되고 있다. 인터뷰에는 이 콘텐츠를 기획한 백승일 SBS PD도 함께했다.

"집 한 채 지으면 10년 늙는다고들 하죠? 제가 벌써 5년 늙고, 제 동생이 5년 늙었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 아주 '훅' 가요."

매니저인 사촌 동생과 함께 등장한 홍석천은 자리에 앉자마자 '유쾌한' 목소리로 고충을 토로했다.

백 PD가 그의 민머리를 흘긋 쳐다보며 "머리카락이 많았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이라고 농을 던지자, 홍석천은 곧바로 "많았으면 아주 끝장이지"라고 받아쳤다.


◇ "'경리단길 홍 사장' 통해 창업 실상 보여주고파"

홍석천이 경리단길 뒤편에 땅 25평을 마련한 것은 3년 전이다.

그는 최근 뒤쪽 땅도 사들이면서 총 47평 남짓한 터를 확보했고, 건평 20평의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을 짓기로 했다. 이곳을 식당뿐 아니라 요리 스튜디오와 집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마침 기존 TV 프로그램과 다른 문법의 참신한 콘텐츠 소재를 찾던 모비딕과도 연이 닿으면서 '경리단길 홍 사장'이 탄생했다.

백 PD는 "연예인이 시간을 내 집을 짓는 것도, 방송이 그 과정을 좇아가기도 어려워서 지상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홍석천 씨가 땅을 사서 집을 짓는다고 해서 새로운 리얼리티 기획이 되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약 5분 분량의 짧은 영상을 9차례 공개한 '경리단길 홍 사장'에서는 "환장하겠어!"라는 홍석천의 탄식이 끊이질 않는다.

충청남도 청양에서 40년간 포목점을 운영한 부모님 덕분에 시장에서 디자인 감각을 키운 홍석천은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두 건축소장은 요구 사항 많고 깐깐한 건축주를 바라보며 "아이디어가 많은 것도 독"이라고 투덜댄다.

"건물의 기본 틀은 간결하고 정갈하면서도 인테리어는 제 정신세계 느낌대로 하고 싶어요. 저는 사실 하수관을 어디에 묻고 이런 기초 공사에는 신경을 크게 안 써요. 무조건 제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가 예뻐야 해요."

홍석천은 동그란 뿔테 속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초 공사 점검을 비롯해 머리 아픈 일을 도맡아 한다는 매니저는 나지막한 한숨을 쉬어 웃음을 자아냈다.

'경리단길 홍 사장'은 건축주와 업자간 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줄 뿐 아니라 공사와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도 전한다.

홍석천은 "제게 가게 임차, 인테리어, 메뉴 개발 등 창업 전반을 묻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이 프로젝트에 모든 것이 담겼다"면서 "사람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그 실상을 더 치열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 "집 없는 설움 잘 알아…건물주·상인 교류 활성화해야"

세상이 생각하는 홍석천은 이태원을 무대로 성공한 요식사업가다.

실제로 이태원에는 그가 운영하는 식당이 일곱 곳이나 있다.

하지만 홍석천도 그동안 '조물주보다 센 건물주' 마음이 바뀌면 곧바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세입자 신세였다.

그가 자신의 공간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저도 오랫동안 집 없이 살아온 설움을 잘 알아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거죠. 그동안 방송에서 번 돈도 상당수 투자했는데 솔직히 억울할 때도 있어요."

홍석천은 지난 4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아래 글을 통해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지어 4억 넘게 들여 7년 열심히 운영하던 가게가 건물주한테 단 한 푼 보상도 못 받고 쫓겨나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월세 매년 50%, 100% 올려도 다 냈고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을 살려서 동네 최고 요지로 만든 게 누군데 이러면 되느냐고 하소연했더니 '연예인이 이래도 되느냐, 기자 부르겠다, 임대차보호법에 전혀 해당 안 된다, 변호사랑 따져라'고 해서 결국 조용히 쫓겨났다."

이태원을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젠트리피케이션'(임차 상인이 뛰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가게를 옮기는 현상)으로 자연히 이야기가 옮겨갔다.

자신이 산증인이라고 운을 뗀 홍석천은 "예전부터 지켜보면 골목문화가 활성화하면 상인들이 쫓겨나는 경우가 있더라"면서 "건물주 모임과 상인 모임의 교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리단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이야기도 요즘 나와요. 1세대들이 치솟는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다 떠나갔어요. 건물주는 땅값과 임대료가 오르니 당장은 좋겠지만, 상인들이 떠나면 상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교류가 필요해요."


◇ "가장 외로웠던 시절 날 감싸준 이태원"

이태원은 홍석천에게 사업 무대 이상으로 각별한 공간이다.

상경 후 누나네에 얹혀살았던 홍석천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경리단길 반지하에서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저처럼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이들, 외국에서 온 영어 강사들, 주한미군 사병들이 셋방 촌에 살았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렸고 외국 음식도 자연히 알게 됐고요."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이후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여주던 홍석천은 지난 2000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경리단길 홍 사장'에서 밝힌 것처럼 하루아침에 등을 돌린 비정한 세상에서 그를 품어준 곳도 이태원이었다.

▲ 연합뉴스 제공
▲ 연합뉴스 제공

"가장 어렵고 외로웠던 시절에 저를 감싸줬던 동네에요. 커밍아웃한 이후 마음 편히 김밥 한 줄 먹고 싶어도 눈치를 봤는데 이태원만큼은 그러지 않아도 됐어요. 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열려 있는 동네여서……."

최근 인터넷에서는 홍석천이 용산구청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기사들이 방송 내용을 인용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용산구청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자마자 "많은 아이디어로 사회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말한 것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골목문화에는 무한한 힘이 있어요. 그런데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이 골목이나 동네를 개발할 때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을 많이 내놓더라고요. 또 우리는 시장부터 획일화됐어요. 서귀포 시장도, 초량 시장도, 삼척 시장도 조명과 간판부터 똑같으니 환장하겠는 거예요."

홍석천은 진정한 경리단길 주민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가 '자신만의 왕국'이라고 칭한 보금자리는 올겨울 초입에 완공될 예정이다.

"단돈 7만 원을 손에 쥐고 서울로 올라왔던 시골 '촌놈'이 26년 만에 서울 한복판에 집을 짓게 되다니 재산 가치를 떠나서 얼마나 성공이에요. 저의 첫 건물에서 꿈을 펼치고 싶네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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