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예술에 담긴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

  • 문화
  • 백영주의 명화살롱

[명화살롱] 예술에 담긴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

[백영주의 명화살롱] 마크 로스코_무제

  • 승인 2016-10-26 00:01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무제>, 1953, 로스코
▲ <무제>, 1953, 로스코

올해 3월경에 있었던 마크 로스코의 내한 전시를 기점으로 인터넷 상에서 그의 작품에 관한 논란이 일었다. ‘이렇게 단순한 걸 누가 못 그리나’ ‘이게 왜 세계적으로 대단한 작품인가’라며 현대미술의 풍조를 비웃는 이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작품 안에 담긴 예술가의 진심을 작품을 직접 보며 느낀다면, 절대 그런 말들을 꺼낼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 출신의 마크 로스코는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뒤, 예일 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 진학한 것이 그가 받은 정식 미술 수업의 전부다. 그의 초기작은 표현주의적 풍경화, 풍속화, 정물화 등으로 구성되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의 많은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왔는데, 그중에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했던 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로스코는 집단 무의식에 대한 융의 이론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또 자신의 예술 방향을 더욱 추상적인 양식에 맞추어 갔다.

자신의 예술이 인간조건의 비극성을 표현하기를 원했던 그는 “이제 누구도 형상을 훼손하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는 때가 왔다”라고 말했다. 1940년대 즈음부터 로스코는 면 분할된 영역 속에 위치한 반복되는 형태와 심하게 분절된 인간 형상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 ‘무제’와 같은 일련의 회화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가 진행될수록 마크 로스코의 이미지는 더욱 상징성을 띠고, 신체적 변형을 그린 회화로 이행하면서 추상화에 더욱 근접해 갔다. 이 그림들은 초현실주의에서 영감을 받아 종이와 캔버스를 이용해 그려진 많은 그림들의 일부분이다.

▲ <무제>, 1970, 로스코
▲ <무제>, 1970, 로스코


1940년대 말 회화에서 재현적 형상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심한 로스코는 이때부터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1950년대 이후의 풍부한 색채 추상 작품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해 ‘단순한 표현 속의 복잡한 심정’이라는 그의 이상을 실현했다. 외관상 단순해 보이는 이 그림들은 사실 굉장히 복잡한 작업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그가 담아낸 충만한 색채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명상에 빠지게도 한다.

올해 서울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 개인전에 가서는 그가 주장하는 관객과의 거리 45cm를 유지하며 작품을 바라보았다. <무제>라 이름붙인 수많은 작품들을 한 개씩 그 앞에 서서 찬찬히 응시하다 보면 유화물감으로 덧칠된 사각형 속에 겹쳐진 또 다른 색이 내비치고, 하나의 색으로 칠해진 것처럼 보였던 캔버스가 선명하게 경계를 드러낸다. 또는 강렬한 붉은색이 감정을 뒤흔들기도 한다. “회화란 경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라고 주장한 그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길 바랐다. 평론가들에 의해 추상표현주의의 거장이라 칭송받아도 본인은 “나는 비극, 아이러니, 관능,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로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인생의 후반기를 모두 ‘예술을 통한 경험의 전달’에 걸었던 거장도 끝내 예술적 좌절에서 온 슬럼프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만큼 자신이 느낀 감정을 작품을 통해 온전히 전달한다는 것은 어려운 길이다.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그 무언가를 위해 화가가 한 가지 색을 고를 때도 얼마나 숱한 고민을 거쳤을지는 직접 작품을 보아야만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단만필] 서글프지 않은 이별을 배우기까지
  2. '민주 박수현·국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자 등록 완료
  3. 충남교육감 후보자 등록 첫날, 이병도·김영춘·이병학 등록 마쳐… 이명수 15일 등록으로 변경
  4.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빛바랜 스승의날 '씁쓸한 교사들'
  5. 목원대 라이즈 사업단, 동아리로 학생 창업 역량 키운다
  1.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말도 안 되는 민원 안 받게…" "민원 안전장치 필요"
  2. 2022년 화재참사 현대아울렛 점장·소방업체 소장 실형 구형
  3. 대덕경찰, 오정중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상담
  4. 중국에서 돈 벌겠다 출국 후 보이스피싱 가담한 30대 징역형
  5. [스승의 날] '스승이 제자에게' 대전교사노조 범시민 교권회복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14일 시작된 가운데 여야 최대 승부처 충청권 시도지사 매치업 구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가 정권교체로 이른바 공수교대 뒤 재대결이 이뤄졌거나 정치가와 행정가의 승부, 보수와 진보 진영을 서로 바꿔 경쟁하는 경우까지 꿀잼 매치가 즐비하다. 대전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는 4년 만의 리턴매치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가 공수를 교대했다는 점이다. 2022년 제8회 지선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여당이었던 이 후보가 연임을 노리던 허 후보에..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대전시댄스스포츠연맹은 16일 한밭체육관에서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대전댄스스포츠연맹이 주최·주관하고 대전시와 대전시체육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댄스스포츠를 비롯해 라인댄스, 힙합, 방송댄스, 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가 함께한다. 전국 각지에서 선수와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참가자들은 장르별 무대를 통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과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눈길을 끈다. 대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되는 라인댄스 무료 워크숍은 참가..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이 걸린 금강벨트에서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등록을 마친 뒤 거세게 충돌했다. 각각 내란청산과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 지방 권력 쟁탈 혈전에 돌입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한 여당은 설욕을 위해, 당시 대승을 거둔 제1야당은 수성을 위한 건곤일척 혈투가 본격화된 것이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