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 풍문으로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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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 풍문으로 들었소

잔치국수 먹은 까닭

  • 승인 2016-12-12 10:12
  • 홍경석홍경석


“그대 없는 나날들이 그 얼마나 외로웠나 ~ 멀리 있는 그대 생각 이 밤 따라 길어지네 ~ 하얀 얼굴 그리울 때 내 마음에 그려보며 ~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손꼽으며 기다렸네 ~”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풍문으로 들었소> 가요이다. 풍문(風聞)은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하였던 ‘실세 최순실’은 풍문의 차원을 넘어 팩트(Fact)로, 또한 엄청난 충격의 밀물로 다가왔다. 세인들로부터 심지어 상왕(上王)으로까지 불리었던 최순실로 말미암아 결국 ‘민심은 천심’으로 귀결되었다.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국민적 바람대로 되었다. 혹시라도 탄핵이 부결되면 어쩌나 하는 기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의 정치적 무덤을 스스로 팔 이유는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새누리당의 친박 의원들조차 ‘탄핵 열차’에 올라타면서 234표를 거뜬히 넘긴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명실상부의 식물로 전락했다. 이 같은 낭보를 당일 오후에 뉴스로 접하는 순간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하여 기쁨의 술이라도 벌컥벌컥 마셨음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러나 야근이었기에 ‘꿩 대신 닭’이랬다고 근처 단골 국숫집을 찾았다. 그리곤 잔치국수를 사먹으며 자축했다. 국숫집 아줌마 역시 뉴스를 보면서 기뻐했다.

“이젠 발길을 끊었던 손님들도 늘겄지유(증가하겠지요)?” 세월호와 메르스 파동 등이 말아먹었던 한국경제는 올해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가 그 이상의 위력, 아니 괴력까지 발휘했다는 건 국민적 상식이다.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 치고 장사가 안 된다며 아우성이었음 역시 우리가 쉬 보아온 현실이었다. 그날 잔치국수를 먹으면서 스마트 폰의 메모 기능에 ‘잔치국수’를 적었다. 이건 이를 주제로 하여 글을 쓰고자 하는 나름의 ‘기록’이었다.

이런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건망증이 심해 망각의 강에 빠지는 때문이다. 기록(記錄)이란 말이 난 김에 과거 왕(王)의 기록 습관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겠다. 일성록(日省錄)은 1752년(영조 28)부터 1910년까지 주로 국왕의 동정과 국정을 기록한 일기다.

일성록은 또한 왕의 입장에서 편찬한 일기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공식기록이라는 설도 있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각종의 기록을 집대성하는 데도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 일성록을 통하여 매일 자신의 일을 기록하고 반성하는 데에도 철저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과거 대부분 조선의 국왕들은 매일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일거수일거족이 공개된 속에 국정운영과 자기성찰에 있어서도 결코 게으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어찌 처신하였던가!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세월호가 침몰하여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도 머리를 손질하느라 시간을 소비했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국민적 납득을 허용치 않고 있다.

평소 장관의 대면보고조차 받지 않았다는 부분에 이르면 지난 12월 7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고영태 증인이 한 말이 새삼스럽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어떻게 봤느냐?” “뭐… (최순실의) 수행비서?” 결과엔 원인이 개입한다.

조선의 국왕들처럼 일거수일거족을 공개하고 일성록을 작성하듯 자기성찰을 도모했다면 어찌 그처럼 간신무뢰배 같은 최순실이가 기생할 수 있었으랴. 탄핵이 가결됨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구중궁궐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된 격이 되었다.

따라서 <풍문으로 들었소>의 가사처럼 “최순실 없는 나날들이 그 얼마나 외로울까 ~” 싶은 빈정거림이 목울대로 치밀어 오른다(이러한 국민적 조소가 싫으면 즉시 하야하고 볼 일이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노파심이겠지만 헌재 재판관들 또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가결시킨 국회의원들처럼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만 심리하고 판단해야 옳다. 헌재마저 탄핵을 최종 결정하여 박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되는 대통령이 되는 날 나는 또 환희의 잔치국수를 먹을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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