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9. 내 고향 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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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9. 내 고향 충청도

떡 본 김에 제사까지

  • 승인 2016-12-23 00:01
  • 홍경석홍경석


“일사후퇴 때 피난 내려와 살다 정든 곳 두메나 산골 ~ 태어난 곳은 아니었지만 나를 키워준 내 고향 충청도 ~ 어머니는 밭에 나가시고 아버지는 장에 가시고 나와 내 동생 논길을 따라 메뚜기잡이 하루가 갔죠~”

조영남이 부른 번안 가요 <내 고향 충청도>이다. 번안(飜案)은 원작의 내용이나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시대나 풍토에 맞게 바꾸어 고침을 뜻한다. ‘번안 가요’와 ‘번안 소설’이 이 축에 든다.

이 노래는 본디 올리비아 뉴튼 존의 ‘Banks Of The Ohio’를 조영남이 ‘내 고향 충청도’로 바꿔서 불렀다. 그렇긴 하지만 내 고향 역시 충청도인 까닭에 언제 들어도 귀에까지 감칠맛 있게 착착 감긴다.

이 노래를 듣노라면 시골의 집에서 어머니는 밭에 일하러 나가시고, 아버지는 또 무슨 볼일이 있어 장에 가신 풍경이 목가적(牧歌的)으로 다가온다. 또한 주인공인 ‘나’와 내 동생은 논길을 따라 메뚜기를 잡으며 놀다가 하루가 다 가는 모습 또한 석양의 붉은 노을만큼이나 깊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한다.

언젠가 조영남 씨의 대전 공연이 있어 충남대정심화홀에 갔다. 거기서 그는 이 노래를 부른 뒤 자신의 고향은 북한이라고 했다. 그러니 분단이 고착화된 지금도 북한이 고향일 실향민들은 그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

이에 반해 나는 마음만 먹으면 고향에 쉬 갈 수 있다. 버스를 타도 불과 한 시간이면 ‘뚝딱’이다. 인구 60만을 넘어 여전히 충남 제1의 도시로도 잘 알려진 천안시(天安市)가 바로 내 고향이다. 오래 전 선친의 작고 이후 천안엔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죽마고우들과 초등학교 동창들이 건재함에 지금도 천안엔 무시로 가곤 한다. 역마살이 낀 건 아니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을 편답(이곳저곳을 널리 돌아다니다)했다.

그건 생업의 방편이었는데 아무튼 전국 어디를 가 봐도 내 고향처럼 푸근한 곳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내와 결혼하고 첫 번째로 살았던 곳이 원성동이었다. 츱츱스런 셋방이었기에 아내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었다.

흐붓하지 못한 살림살이는 지금도 불변하다. 그랬음에도 지금껏 역시도 어뜩비뜩하지 않고 참한 조강지처의 길만을 오롯이 정진하고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얼마 전 동창회가 있어 천안에 간 김에 예전 우리가 살았던 성정동의 누옥(陋屋)을 찾아봤다.

그러나 세월에 풍파에 깎였든지 아님 재개발의 불도저 탓이었는지 당최 안 보였다. 천안엔 12경(景)이 있다. 제1경은 ‘천안 삼거리’이며 제2경은 ‘독립기념관’이다.

제6경은 ‘태조산 각원사’이고 제12경은 ‘천호지 야경’인데 낮에 가도 볼만하다. 아내의 생일이 저벅저벅 다가온다. 불과 2일 후엔 내 생일인데 마침맞게 천사표 마음씨를 지닌 직장상사께서 내 생일날의 야근을 대근(代勤)해 주시기로 하셨다.

“모처럼 가족들과 모여서 맛난 것 드시고 가족여행도 하세요.”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3일 연휴를 만끽하게 생겼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날은 아내와 아이들도 같이 내 고향 천안에 갈까 한다.

천안의 제3경인 ‘유관순 열사 사적지’에 들러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한 뒤엔 제5경인 ‘병천 순대 거리’에 갈 일이다. 이어 순대와 순대국밥으로 배를 가득 채운다면 아내도 꽤나 좋아할 듯 싶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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