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2. 사이다 같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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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2. 사이다 같은 여자

박근혜와 이세민의 차이

  • 승인 2017-01-22 00:02
  • 홍경석홍경석
▲ 당태종 이세민
▲ 당태종 이세민


“잊으려는가 보면 코끝이 찡하도록 ~ 내 마음을 흔들고 간 뿌리 째 뽑아간 사이다 같은 그 여자 ~ 야윈 바람에도 날아가 버리는 어설픈 사랑 때문에 ~ 이토록 울 줄은 몰랐다 바보야 바보 바보야 ~ 철없이 사랑한 죄였다 ~ 헤픈 정 주어버린 죄였다 사이다 같은 여자야 ~”

가수 김성민의 히트곡 <사이다 같은 여자>이다. 사이다(cider)는 청량음료의 하나로 설탕물에 탄산나트륨과 향료를 섞어 만들어 달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지금이야 마실 것도 지천이지만 내가 어렸을 적엔 사이다조차 사치스런 음료의 하나로 인식되었다.

언젠가 학교(초등)에서 소풍을 갔다. 그러나 병이 드신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즈음이었기에 사이다는커녕 김밥 또한 준비를 할 수 없었다. 이런 사정을 인지한 담임선생님께선 당신의 김밥 외에도 사이다까지 한 병을 주셨다.

그걸 먹고 마시면서도 남들에겐 다 있는 엄마, 그리고 그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김밥조차 지참할 수 없는 내 신세가 적이 한탄스러워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여간 사이다는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그렇다면 ‘사이다 같은’ 여자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국정농단과 비선실세의 주역인 최순실은 53개 대기업에서 물경 774억 원이나 뜯어냈다. 물론 그러한 작태의 뒤에는 그녀의 뒷배를 봐준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하수인, 그리고 숱한 부역자들이 공모했다.

따라서 갑(甲)의 호가호위(狐假虎威)로 거액을 갈취하는 최순실 일당을 접한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었을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돈을 뜯겼다. 그러면서 그녀를 어찌 보았을까! 사이다 같은 여자? 웃기는 짬뽕 같은 소리다.

아마도 거머리와 악마보다 더 한 악질이라고 보지 않았을까 싶다. 대기업들의 우환은 이뿐만 아니다. 삼성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그룹의 총수들까지 ‘최순실 발(發)’ 법의 심판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인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거액을 갈취당한 것도 억울한데 설상가상 구속까지 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의 끝은 어디일까 싶어 모골이 송연하다. 이는 또한 외신으로까지 긴급 타전되어 글로벌 기업의 위상까지 추락하는 단초로 부각되고 있어 큰일이다.

이처럼 ‘한심한’ 지경의 우리와는 반대로 벌써 차기 미국대통령 트럼프를 찾아가 만난 이가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다. 그의 시의적절한 방미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그에게 외교 공로상을 줘야 한다며 환호했다고 한다.



중국 얘기가 나온 김에 청나라 강희제와 더불어 명군의 표상으로 손꼽히는 인물인 당 태종 이세민을 끄집어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는 중국 역대 황제 중 가장 탁월한 군주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한국인들에게 있어선 그가 여전히 불편한 인물일 수밖엔 없다.

왜냐면 당 태종은 고구려를 침략하여 국력을 크게 꺾어놓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안시성 전투에서 양만춘 장군이 쏜 화살에 맞아 한쪽 눈을 잃고 패퇴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당 태종이 나라를 다스린 23년간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태평성대를 이뤘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선한 정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자신의 수하에 있는 탁월한 인재들이 자기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적장의 수하까지도 포용하였기에 관료들로부터도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수나라의 멸망을 반면교사로 삼은 당 태종 이세민은 당나라 관료들에게 언로를 허락하고 신하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렴하는 데도 역점을 두었다. 최순실 게이트와는 별도로 ‘세월호 7시간’의 대통령 미스터리 역시 여전히 국민적 궁금증이 자욱하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조차 대통령과의 독대가 힘들었다는 부분만으로도 이 또한 이세민과 크게 비교된다. 현두자고(懸頭刺股)란 머리를 매달고 다리를 찔러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모름지기 대통령이 국정을 경영하려면 이쯤은 돼야 하는 것 아닐까? 사이다처럼 맑고 시원치도 않은, 다만 물욕까지 먹물처럼 검은 여자 최순실에 빠진 죄로 말미암아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그 과보(果報)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이다 같은 여자와 남자, 또는 그러한 인재를 골라서 쓰는 것도 실은 능력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진 제국이 불과 15년 만에 망한 건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주인공 조고와 같은, 사이다가 아닌 ‘먹물’ 가득의 간신 때문이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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