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54. 모정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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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54. 모정의 세월

아들과 딸이 고마운 까닭

  • 승인 2017-02-18 00:02
  • 홍경석홍경석


“동지섣달 긴긴 밤이 짧기만 한 것은 ~ 근심으로 지새우는 어머님 마음 ~ 흰머리 잔주름은 늘어만 가시는데 ~ 한없이 이어지는 모정의 세월 ~ 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 듯 ~ 어머니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

원곡의 가수는 나훈아로 알려져 있으나 1973년 신인가수 한세일이 리메이크하면서 큰 히트를 기록한 <모정의 세월>이다. 지난 13일에도 전날 야근을 들어와 일하는 중이었다.

새벽녘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근무하는 빌딩에도 약간의 미진(微震)이 느껴질 정도로 규모 1.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말미암아 대전 지역의 소방서엔 새벽부터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는데…….

그러나 기상청은 재난문자나 통보문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지진의 경우, 규모 2.0 이상부터는 통보문을, 3.0부터는 재난문자를 발송하기 때문이란다. 그거야 규정과 매뉴얼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겠지만 만의 하나 영화 ‘판도라’처럼 최악의 상황에까지 직면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여하간 ‘대전 지진’을 걱정하는 문자가 온 것은 이른 아침 아들에게서였다. “오늘 새벽 대전에 지진이 났다는데 괜찮으신지요?” 이에 나는 직장에서, 아내는 집에서 카톡 가족공유 메시지 창을 통하여 답신을 보냈다.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이고, 정말 다행이네요!” 딸도 염려의 문자를 보내왔음은 물론이다. 아들에 이어 딸까지 무시로 문자로 안부를 묻는 것은 나보다도 고삭부리인 아내, 즉 제 엄마의 건강을 염려하는 뜨거운 온천수와도 같은 효심(孝心)이 그 원천이다.

▲ 부여 낙화암에서 필자의 아내를 업은 아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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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 낙화암에서 필자의 아내를 업은 아들의 모습

마치 중국고전 <수호전>에 나오는 ‘흑선풍 이규’와도 같은 그런 진득한. 이규는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인물이다. 의협심이 강하고 뭐든 나서는 일에 우선인 성정 탓에 사람을 죽인다.

그리곤 고향의 어머니와 형님을 떠나 10년 동안이나 동가식서가숙을 하다가 송강 등 양산박의 호걸들을 만난다.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만날 흰밥에 고깃국을 드시게 할 요량으로 고향을 찾지만 어머니는 오매불망 아들을 그리워하다가 그만 눈이 멀기에 이른다.

이런 처참한 현실을 본 이규는 눈물을 뿌리며 어머니께 양산박에 가자고 설득한다. 이 사이 밖에 나갔던 형이 집에 들어서다가 ‘살인마 동생’을 관아에 신고하려 달음박질한다. 대경실색한 이규는 노모를 업고 양산박을 향해 떠나는데 중간에 어머니가 시냇물 소리를 들으시곤 물을 달라고 청한다.

어머니를 바위 위에 앉히고 물을 뜨지만 두 손바닥에 뜬 물이 성할 리 없었다. 근처를 배회하다가 빈집에 들어가 조롱박을 겨우 구해 물을 떠오지만 그 사이 어머니의 종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호랑이가 잡아가서 이미 어머니를 먹어 치운 상태였다. 이에 눈이 뒤집힌 이규는 호랑이굴까지 찾아가서 호랑이들을 무참히 도륙한다. 그리곤 어머니에 대한 불효를 눈물로 회개하는데 그 장면이 자못 짠하여 눈물샘을 자극한다.

<모정의 세월> 가요에도 나오지만 동지섣달 긴긴 밤이 짧기만 한 것은 근심으로 지새우는 어머님 마음 때문이다. 어머니의 그 애틋한 심정은 오로지 타관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향한 일편단심의 사랑이 근원임은 물론이다.

최근 모 정치인이 고등래퍼 아들의 경거망동으로 인해 당 대변인직에서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밖에도 아들을 잘못 둔 ‘죄’로 낙마한 정치인들은 한 둘이 아니다.

이를 굳이 거론할 것까진 없지만 어쨌든 비록 멀리 나가 살고는 있으되 늘 그렇게 자신의 어머니를 챙기는 아들과 딸이 새삼스레 고맙기 그지없다. 이규의 어머니처럼 아이들을 항상 걱정하는 ‘모정의 세월’의 소유자인 아내 역시 오십보백보이긴 마찬가지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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