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56. 아빠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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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56. 아빠의 청춘

그 어르신이 존경스런 까닭

  • 승인 2017-02-21 00:02
  • 홍경석홍경석


“이 세상의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 아들 딸이 잘 되라고 행복하라고 ~ 마음으로 빌어주는 박 영감인데 ~ 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 ~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

오기택의 대표 히트곡 <아빠의 청춘>이다. 회사 건물을 주(主) 거래처로 하고 있는 어떤 택배회사의 직원이 있다. 부자(父子)가 함께 동종(同種)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개인사업자인 듯 따로 차를 운행하고 있다.

그중 아버지 되시는 분은 칠순(七旬)에 얼추 임박한 듯 보이는 고령(高齡)이다. 아들은 채 50이 안 돼 보이지만 늘 그렇게 성실하고 인사성도 밝다. 평일 주간근무의 경우, 건물 밖 주차부스에서 일하자면 오후에 오시는 그분들을 쉬 볼 수 있다.

얼마 전 그 ‘부자 택배’의 아버님 되시는 분이 차를 몰고 오시기에 평소처럼 인사를 드렸다. 그랬더니 금세 얼굴이 밝아지면서 함박웃음까지 숨기지 않으셨다. “뭐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트럭에서 하차한 그 아버님께선 “우리 손녀가 이번에 Y대학교에 합격했지 뭡니까!”라며 한껏 자랑을 시작하셨다. 하여 맞장구의 칭찬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와~ 대단하네요! 말로만 듣던, 명문의 그 Y대학 말이죠?”

“맞아유, 근디 등록금이 엄청 비싸더만유. 그렇긴 하지만 기분은 정말 좋네유!”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던 그 어르신의 아드님 되는 분이 어제 차를 몰고 오셨다. 그래서 “얼마 전 아버님으로부터 손녀가 Y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나저나 그 대학은 사립이라서 등록금도 꽤 비쌀텐데요?”라고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냉큼 답변이 돌아왔다. “어휴~ 말도 마세요! 등록금에 기숙사비 등 얼추 1천만 원에 육박하는 거금이더라고요.” “어려운 택배 일 하셔서 그만한 돈을 마련하자면 힘깨나 드셨겠군요?” “아버님이 보태주셔서 잘 해결됐어요.”

그 말에서 그분의 아버님, 즉 ‘어르신’을 새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거듭 축하드립니다.” 어르신은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인 ‘어르신네’와 동격이다. 그렇지만 기실 이 호칭은 진정 존경받아 마땅한 분에게 써야 더 어울린다는 게 사견(私見)이다.

딸이 S대학에 합격했을 당시의 나는 끈 떨어진 연의 신세가 되어 빈곤의 하수구에 처박힌 상황이었다. 심각하게 어려운 지경에 놓인 나에게 그 누구도 하나 같이 외면했다. 하는 수 없어 숙부님을 찾아뵙고 간청하였다.

덕분에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따라서 ‘택배 부자’의 실재(實在)가 결코 남의 일 같이 않았음은 물론이다. <아빠의 청춘> 가요에도 나오지만 이 세상의 부모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이다. 즉 아들 딸이 잘 되라고, 또한 늘 그렇게 행복하라고 빌어주는 나날의 연속이다.

헌데 자녀를 잘 기르자면 때론 남들에게 ‘노랑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어렵고 가난한 살림살이에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가르칠 여력이 없는 때문이다. 나와 같은 베이비부머는 가난이 원수와 족쇄로 작용하였기에 많이 배울 수 없었다.

이런 까닭으로 말미암아 지금도 1년 단위 계약직과 박봉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최대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취업(난)이다. 하지만 암운에 쌓인 취업난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터지면서 더욱 오리무중이다.

그렇긴 하지만 소위 명문대를 나온 재원과 수재라고 한다면 어찌 취업이 어려울까. 두 아이가 모두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니 한시름 놓았구나 싶었는데 인생은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연속이라더니 아내에게 불쑥 병마(病魔)가 찾아왔다.

3년여에 걸쳐 치료와 병구완, 그리고 영양식의 섭취 등에 신경 쓰는 사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마디로 산 넘어 산이란 느낌이다. 따라서 요즘은 그 빚의 변제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눈이 벌떡 떠진다.

때문에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는 건 거짓말이고 육중한 무게의 경제적 압박감만이 바위처럼 짓누를 뿐이다. 오늘은 또 야근이다. 출근을 앞두고 백설이 점유한 머리를 염색하였다. 그러노라니 새삼 쏘아버린 화살보다 더 빠른 게 세월임을 절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에게도 다시금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과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은 다시 올까 싶다. 그렇긴 하지만 또 다시 힘을 내련다. 지금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에도 투잡에 쓰리잡까지를 하면서 두 아이를 대학까지 가르쳤지 않았던가!

그런 용기와 열정을 창고에서 다시 꺼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련다. 언젠가는 그랬던 도전정신마저 망각의 강에 빠뜨린 듯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릴 것 같아 더럭 겁이 나는 때문이다. 어쨌든 제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명문대를 가게 되었다는 ‘택배 부자’의 손녀가 공부도 잘하고 효도까지 일등인 대학생이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졸업 후엔 소위 ‘빵빵한 직장’에 들어가 받게 될 넉넉한 급여로 자신의 바라지를 하느라 더욱 늙으셨을 ‘어르신’ 할아버지와 부모님께도 맛난 음식에 더하여 좋은 데 여행도 자주 시켜드린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 싶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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