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사실의 예술로 혁명을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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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 사실의 예술로 혁명을 일으키다

[백영주의 명화살롱] 귀스타브 쿠르베_화가의 작업실

  • 승인 2017-02-22 11:38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만남(안녕하세요 쿠르베씨), 1854, 쿠르베
▲ 만남(안녕하세요 쿠르베씨), 1854, 쿠르베


일상 속에서 예술의 씨앗을 발견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너무 평범하거나 사소해서 곧잘 외면 받고는 한다. 그것을 포착해 내는 것은 예술가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느티나무의 춤사위에서도, 새벽 첫차를 타고 일터로 떠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예술은 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단히 진보적인 생각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의 등장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그리고 사실주의의 선두에는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가 서 있었다.

천사를 그려달라는 주문에 “천사를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그릴 수 없다”고 잘라 말한 쿠르베. 그는 파리세계박람회에 출품을 거절당하자 박람회장 앞에 따로 가건물을 세워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사실주의’를 선언한다.

쿠르베의 지향점은 신고전주의의 과거도, 낭만주의의 몽상도 아니었다. 그는 철저히 현실에 집중했다. 그가 화폭에 담아냈던 건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던 당대의 사람들이었다. 돌을 깨부수는 노인과 청년, 삼등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초췌한 얼굴의 아낙들, 장례식장의 풍경 따위가 쿠르베 초기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그것이 곧 현실이었고, 진실한 예술의 재료였다.

오르낭이라는 시골에서 부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쿠르베. 그는 정식 아카데미 교육을 거부하고 사립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이후 파리로 건너와 미술관을 전전하며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공부했다.

▲ 화가의 작업실, 1855, 쿠르베
▲ 화가의 작업실, 1855, 쿠르베

그래서인지 관습을 깨부수는 반항아적 기질을 가진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1885년 작품인 <화가의 작업실>은 쿠르베가 7년 동안 화가생활을 하며 고민한 자신의 철학을 우화적으로 담고 있다.

이 그림은 수평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이전의 낭만주의, 바로크 양식이 수직구조로 천상과 지상을 나눴던 관습을 타파한 것이다.

중앙 부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는 쿠르베 자신이다. 곁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는 소년은 현실을 아이처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겠다는 작가의 의지이다. 나체의 여인을 8등신의 아름다운 몸매가 아닌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도 그러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림의 오른편에 쿠르베를 바라보고 있는 자는 그의 예술을 지지해준 동료이자 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던 인물들이다.

그림의 왼편에는 노동자 계급이 지친 기색으로 쿠르베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쿠르베는 그들을 바라보며 작품을 그리겠다는 예술가로서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왼편의 노동자와 오른편의 부르주아가 가운데 있는 예술로써 화해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또한 <화가의 작업실>보다 1년 전에 완성된 <만남>에서 쿠르베는 몽펠리에 산에 등산을 간 화가가 우연히 후견인인 브뤼아스와 하인을 만난 장면을 그렸다. 그들의 만남 자체가 전혀 극적이지도 않을 뿐 더러 묘사 방식에도 어떤 상징을 넣어 미화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쿠르베는 삶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순간임을 깨닫고 있었다. 화가란 모름지기 지루하고 평범한 것들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쿠르베는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주의로써 미술계에 혁명을 일으키려 했던 쿠르베. 그는 사회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이기도 했다. 1870년 독일과의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하면서 파리코뮌이 결성되자 쿠르베는 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잠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1871년 5월경 파리코뮌이 실패하자 곧바로 체포되었고, 정부로부터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스위스로 망명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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