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72.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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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72. 거짓말

망각된 영화

  • 승인 2017-03-15 00:02
  • 홍경석홍경석


“사랑했다는 그 말도 거짓말 ~ 돌아온다던 그 말도 거짓말 ~ 세상의 모든 거짓말 다 해놓고 ~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 마음도 다칠까......” 조항조의 히트곡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된 사람이 무시로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럼 왜 이런 상황이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먼저 전선 중에서도 가장 살벌하기 짝이 없다는 ‘생활전선’에 나선지도 어언 40년이 넘었다. 이러한 관록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수십 평대의 고급아파트에 더하여 멋들어진 승용차, 그리고 여유 있는 급여 내지 연금의 수령 등이 박자를 맞춰져야 할 터다.

허나 나이만 헛먹었지 그러한 것들과는 여전히 담을 쌓고 사는 헛똑똑이가 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나다. 직업의 특성상 주근보다 야근이 잦다. 때문에 한 번 감기가 들면 완연한 봄이 오기 전까지는 당최 낫질 않는다.

야근을 마치고 이튿날 아침에 기침을 앞세우고 귀가하자면 아내가 묻는다. “여태 감기 안 낫었어?” 그럼 걱정할까봐서 다시금 거짓말을 꺼내든다. “아녀, 거의 다 나았어.” 이러한 거짓말의 동원은 평소 건강이 안 좋은 아내를 의식하고 배려하는 이 남편의 최소한의 성의다.

가뜩이나 못 사는 것도 억울한데 나마저 건강이 시원찮다고 한다면 아내는 누굴 믿고 살까 싶어서다. 나의 거짓말은 비단 아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효심이 깊은 아들과 딸은 수시로 문자를 보내온다.

내용은 “오늘도 야근하시느라 힘드시죠? 맛난 거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가 주를 이룬다. 그럼 “고맙다! 아빠 걱정은 말고 니들 건강이나 챙기면서 일하거라.”며 답신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여유가 있어야 맛난 것과 영양 듬뿍의 음식도 먹을 수 있거늘 그러나 요즘의 내 형편은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란다’면서 두 마음의 한숨을 짓기 일쑤다. 그럼 내 처지가 왜 이 지경으로까지 몰락(?)한 것일까. 과거지사치고 화려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 주장에 걸맞게 나 역시 과거엔 ‘참 잘 나갔던’ 시절이 실재했다. 출판과 언론사에서 밥을 먹을 당시 ‘마케팅의 달인’ 내지 심지어 지사장님으로부턴 “나의 장자방”이란 극찬까지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망각된 영화(榮華)요 잊혀진 전설로 치부될 뿐이다.

이후 화불단행 (禍不單行)이 거듭되더니 급기야 가장 박봉의 계약직 사원으로까지 추락했다. 따라서 이는 세월의 거짓말이 내게 준 선물, 아니 어떤 업보(業報)이지 싶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어지는 <거짓말> 가요처럼 ‘이젠 더 이상 속아선 안 되지!’의 각오로써 당면한 빈곤의 거미줄을 투잡과 알바까지 해서라고 타개하고 볼 일이다. 아울러 삶의 거짓말이 다시는 준동치 못하도록 그 거짓말의 자리를 다시는 비워두지 않을 작정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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