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77. 문을 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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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77. 문을 여시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

  • 승인 2017-03-19 10:52
  • 홍경석홍경석


“오늘도 자꾸 이렇게 하루하루가 흘러만 가는데 ~ 아직도 혼자 방에 앉아서 무슨 고민에 빠져 있나요 ~ 여보세요 문을 여시오 ~ ” 임창정이 부른 가요 <문을 여시오>이다.

어제 야근을 들어와 일하다가 오늘도 새벽 2시에 교대를 했다. 내가 교대해 주기만을 학수고대하던 동료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하 1층의 경비실로 달려갔다. 그도 나처럼 늘 그렇게 부족하기 짝이 없는 잠을 자야 하는 때문이었다.

비록 쪽잠이나마 눈을 붙이지 않으면 살 수 없기에. 그렇게 내려간 동료는 오전 6시가 되어 다시 올라와서 지상 1층의 안내데스크를 지키는 나와 교대했다. 그 동료가 물었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날도 좋으니 산이라도 가시죠?”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요. 사는 게 힘들어서 오늘도 알바 나가야 합니다!” 이에 금세 그의 동조(同調)가 이어졌다. “하긴 저도 알바를 하지 않으면 이 박봉으론 도저히 살아나갈 방도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아이가 대학생인 까닭에......”

그에 비해 나는 두 아이가 대학을 마치고 직장까지 다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는 고작 정서적 입장의 접근이고, 현실적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험준한 ‘보릿고개’에 다름 아니다.

야근은 통상 전날 오후 5시까지 들어와서 이튿날 오전 7시에 퇴근한다. 따라서 14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야근 중에 가장 심각한 건 바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불면증으로 고생한다고 들었다.

불면증을 방치하다간 자칫 우울증의 위험까지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경비원은 반대로 불면증(不眠症)이 고민이 아니라 구면증(求眠症), 그러니까 되레 잠을 열렬히 청해야만 되는 직업군에 속한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하면 신체적 피로감은 물론이요 집중력 저하와 의욕 상실 등의 또 다른 부작용이 마치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처럼 쓰나미로 닥친다. 따라서 퇴근하는 즉시 눈부터 붙여야 한다. 경비원의 고충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1년 단위의 계약직인 까닭에 고용불안의 먹구름은 늘 그렇게 밧줄처럼 전신을 친친 동여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최대의 애로 사항은 뭐니뭐니해도 단연 박봉(薄俸)이란 사실이다.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인지라 매달 적자다.

더욱이 나처럼 외벌이 남편과 가장의 경우 그 생활고는 이루 말할 나위조차 없다. 때문에 쉬는 날엔 알바와 투잡까지 병행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형편이 당최 개선되지 않는 건 작금 우리나라의 경제가 가히 전방위적으로 위기 상황인 까닭인 것도 한 몫 한다는 느낌이다.

설상가상 중국은 사드 배치를 구실로 롯데는 물론이요 한국경제의 틈새까지 막는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주지하듯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발화(發火)는 가뜩이나 침체일로였던 국내경기를 가일층 불황의 터널로 밀어 넣는 악재로 작용했다.

취임 초기 박근혜 대통령은 여타의 역대 대통령들처럼 국민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렇지만 경험해보니 그건 말짱 거짓말이었고 되레 서민의 삶만 더욱 궁핍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소통의 부재로 인해 ‘문을 여시오’는 커녕 장관들과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부분에 이르면 진짜 ‘어이 상실’일 따름이다.

어쨌든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준엄한 법의 징치(懲治)를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하였고 내처 대선일자마저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대선이 5월 9일로 가시화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군웅할거의 대선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모양새다.

그중엔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대체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기 어려운 인사도 없지 않다. 또한 국민의 지지도가 극히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나오는 겨?”라는 비판과 폄훼의 과녁이 되는 인물도 눈에 띈다.

아무튼 5월 9일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든 간에 우리네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한결같다. 그건 바로 지금의 간난신고(艱難辛苦) 삶을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지하듯 최저생활비도 벌지 못 하는 필부는 직장은 물론이요 가정에서도 변변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모 대선후보의 주장처럼 직장인의 급여가 월 300만 원은 되어야 비로소 그동안 쑥 빠졌던 가장의 어깨도 그나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난에 허덕이고, 힘들게 대학을 나왔어도 취업이 안 돼 알바로 전전하는 젊은이들의 점증현상은 ‘저녁이 있는 삶’을 무색케 하는 그야말로 무늬만 민주주의다.

최순실이가 꼬불친 그 천문학적인 돈을 회수하여 빈자(貧者)와 직장을 구하지 못 한 이들에게 일정 기간 지원하는 아이디어도 대선주자들에게 주문하고픈 심정이다. 사회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전 정권과 정부보다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정부라야 만이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늘그막에 생기는 질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쇠한 후에 생기는 재앙 역시 성했을 때 지어놓은 때문이다. 군자는 그런 까닭에 가장 성했을 때 미리 조심하는 것이다.

이런 평범한 사실을 대선주자 역시 항상 간직하는 경구(警句)의 거울로 지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문가에 서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는 엄마가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법이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 역시 그런 초지일관의 마음가짐 견지로써 국민들에게 희망과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로 주길 바라는 마음 굴뚝같다. 이 모든 게 희망의 ‘문을 여시오’와 부합됨은 물론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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