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84. 삼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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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84. 삼포로 가는 길

어디에 존재하는가?

  • 승인 2017-03-27 00:01
  • 홍경석홍경석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 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 ”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이다.

‘삼포 가는 길’은 1973년에 발표된 황석영의 단편소설이다. 따라서 가요 ‘삼포로 가는 길’ 역시 이 작품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삼포 가는 길’은 생계를 위해 풍진 세상살이를 하다가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달픔과 쓸쓸함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73년 9월호 잡지 『신동아』에 발표되었는데 제목의 ‘삼포’는 주인공 정 씨의 고향이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노영달과 정 씨는 우연히 차가운 겨울 길에서 만나 삼포를 향해 가다가 술집 작부를 하다 달아난 백화를 만난다.

한데 이 세 사람은 모두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세상에 나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측은한’ 사람들이다. 또 하나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가족도, 벌어놓은 재산도, 심지어는 연인조차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세 사람 중 가장 비극적 인물은 단연 백화다. 그녀는 불과 10대의 나이에 술집으로 팔려간다. 그 후 그녀의 인생 앞에는 술과 빚 외에도 화려한 도시로 진입할 수 없는 바리게이트가 쳐진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산업화 사회는 이들 불학(不學)의 노동자(노영달)와 교도소(정 씨)에서 나온 이까지를 싸잡아 늘 그렇게 힘들고 고달프기만 한 역경(逆境)의 삶을 강요한다.

가뜩이나 없는 돈을 죄 털어주고 돌아서는 영달에게서 진정성을 느낀 백화는 처음으로 자신의 본명이 ‘이점례’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이윽고 다가오는 열차…….

그럼에도 정 씨의 10년 만의 귀향이 순조롭지 못한 것은 “이젠 삼포에도 다리가 생기고 관광호텔을 짓느라 야단법석이어서...”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바뀌었다는 어떤 노인의 전언이 발길을 묶는 때문이다.



삼포(三浦)는 조선 세종 때 왜인(倭人)들의 왕래를 허가한 세 포구(浦口)로서 동래(東萊) 부산포(釜山浦)와 지금의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해당하는 웅천(熊川) 내이포(乃而浦), 그리고 울산 동구 방어진과 남구 장생포(長生浦) 사이에 있는 염포(鹽浦)를 말한다.

따라서 소설이 지칭하는 삼포(森浦)는 삼포(三浦)와는 하등 상관없이 ‘수풀이 무성한’ 삼(森), 즉 정과 나눔의 아름다움까지 파도처럼 넘치며 빽빽하고 많음을 의미하는 일종의 작위적 지명(地名)이다. 711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퇴직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로 말미암아 노년층의 일자리 구하기 경쟁이 격화되는 외에도 노후 빈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설상가상 여기에 취업하지 못한 자녀들을 데리고 사는 노년층들이라고 하면 이는 곧바로 두 세대에 걸쳐 생활고를 겪는 셈이다.

과거엔 내 나이쯤 되면 손자손녀를 앞세우고 유유자적 산책을 다녔다는데 그마저 ‘보릿고개’ 시절로 치부되는 즈음이다. 시나브로 도돌이표 빈곤이 고착화된 때문이다. 어쨌거나 노후의 빈곤은 많은 부작용을 수반하고 양산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풍요로운 삼포(森浦)를 지향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다. 정든 고향을 떠난 지도 오래고 청춘도 이젠 소용없다. 그래서 나 또한 삼포로 가고픈 것이다. 한데 그 ‘삼포’는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가?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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