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88.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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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88. 바램

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을까?

  • 승인 2017-03-31 00:01
  • 홍경석홍경석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때문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 평생 바쁘게 걸어 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

‘만남’ 이후 최대의 히트송으로 자리매김한 노사연의 ‘바램’이다. 바램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일컫는 ‘바람’의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나 굳이 이를 지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면 가요는 국어사전이 아닌 까닭이다.

지난 주말 죽마고우들과의 모임이 있는 고향 천안에 다녀왔다. 올해 또 득녀한 덕분에 어느새 손녀만 셋이나 두었다는 친구가 모두의 부러움으로 그 지위가 한껏 격상됐다. 그러나 정작 그 친구는 벌써부터 사교육 걱정을 입에 달았다.

얼마 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자녀 1명당 대학졸업 때까지 들어가는 양육비가 사교육비 때문에 무려 4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줄곧 오르기만 하는 물가 연동을 고려해 우리 손녀들이 대학까지 나오려면 1인 당 최소 5억 원은 들어갈 듯 싶더라. 그럼 손녀가 셋이니 무려 15억 원을 들여야 한다는 계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잠이 확 달아난다!”

우린 맞는 말이라며 맞장구를 쳤지만 속내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오포세대’를 거쳐 ‘칠포세대’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한 게 우리사회의 초상이다. 여기엔 과도한 사교육비가 한 몫 하는 것도 사실이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입식 교육에 치중하는 사교육으로는 4차 산업 시대에 살아남을 인재를 키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교육이 국가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왜 사교육에 매달리는지 안타깝다고도 했다.

아울러 사교육을 시킬 시간에 책을 읽히면 아이가 훨씬 호기심 많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거라고 일침(一鍼)을 놓았다. 이러한 ‘근거 있는’ 주장에 공감하는 건, 나 자신 역시도 사교육 없이 자녀를 소위 명문대에 보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나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을까? 첫째는, 당연하게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론 사교육보다 훨씬 ‘막강한 존재’를 발견한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데리고 다닌 도서관은 그 어떤 최고 강사진보다도 위력이 컸다.

거긴 또한 무지렁이였던 불학의 나를 오늘날 작가와 기자로까지 양성해준 일등공신이었다. 저녁 무렵이면 회사근처의 사교육 전문학원과 업체 등지서 운영하는 소위 스쿨버스가 장사진을 이룬다. 그리고 거기에 탑승코자 줄을 서는 아이들을 보자면 답답한 마음을 제어하기 어렵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만 할까……. 윤종용 님은 “공교육은 평준화를 강조하다 보니 천재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고, 사교육은 지식의 주입만 강조하지 창의력 향상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사교육 무용론을 부언했다.

그 주장에까지 동의하는 건, 자녀가 사교육을 받을 시간과 투자에 도서관의 적극 이용과 아울러 서점(도서)을 뻔질나게 출입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확신하기 때문이다. 주근보다 야근이 잦은 근무환경 상 책을 늘 가까이 하고 있다.

서점에서 매달 구입하는 신간만 해도 월 최소 다섯 권은 된다. 물론 이건 사교육이 아니라 독학의 수준이라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른바 학벌에 대한 집착과 부모의 허영 때문이라고 본다.

예컨대 다른 집에서는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사교육을 시키는데 우리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인식과 일종의 패배주의적 인식이 고착화되었다는 주장이다. 한데 시나브로 천문학적 규모로까지 성장한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칠포세대’를 만든 원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이 여전히 어떤 신앙의 대상으로 우뚝한 건 왜일까. 그렇게 힘들여 졸업(사교육까지를 쏟아 부은)한 대학이건만 정작 직장에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익히 알면서도.

즉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고, 능력 있는 여성들 역시도 막상 결혼과 육아를 하자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이르는 ‘경단녀’로 추락하는 세태가 그 방증이란 느낌이다. 이는 또한 그러한 자녀를 둔 나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있어선 그동안 힘겹게 살아왔던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져 온몸을 아프게 한다.

뿐만 아니라 평생 가족만을 위해 바쁘게 살아오다보니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는 즈음이다. 설상가상 막상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 때 내 얘길 조금이라도 들어줄 대상은 눈을 씻고 봐도 드물다.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는 착시현상까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바램’ 노래가 이어진다.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 할 겁니다 ~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

하지만 사막이 꽃길이 되고, 늙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삶의 바람이 실현되자면 당연히 자녀(손주)에 대한 과도한 사교육비의 부담부터 걷어내고 볼 일이 아닐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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