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19.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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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19. 사랑이란

불평하지 않는 까닭

  • 승인 2017-05-03 00:01
  • 홍경석홍경석


“진정 그대가 원하신다면 그대 위해 떠나겠어요 ~ 헤어지기가 섭섭하지만 묵묵히 나는 떠나겠어요 ~ 행여 그대가 거짓말일까봐 다시 한 번 애원합니다 ~~” 조영남의 가요(歌謠) <사랑이란>이다.

‘사랑’이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기에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더욱이 그 “사랑한다”는 말을 상투적(?)으로 남발하는 부모와 가족을 떠나 연인으로부터 듣는다면 설레는 마음은 더욱 주체하기 어렵다.

이 사랑의 압권인 미술품에 ‘공원 벤치(the garden bench)’가 있다. 제임스 티소(James Tissot)는 프랑스의 화가이다. 파리의 사교계 여인들을 정확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 그림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말년에는 종교화에 심취하여 성서의 삽화를 많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제임스 티소의 작품 중 하나인 ‘공원 벤치’의 모델은 캐슬린 뉴튼과 그녀의 아이들이다. 캐슬린은 제임스 티소가 런던에서 성공적인 기반을 다져가던 시기에 만난 여인이다. 캐슬린은 당시 사생아를 둘이나 낳은 젊은 이혼녀였다.

따라서 당시 영국의 윤리적 관점에서 그녀를 대상으로 하여 ‘요조숙녀’로 그려낸 이 작품은 사회적 편견과 지탄의 대상까지 되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티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캐슬린과 그의 아이들까지 사랑했다.

이를 보자면 25살이나 연상인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로 화제를 모은 프랑스 유력 대권주자 에마뉘엘 마크롱이 오버랩 된다. 티소는 이밖에도 캐슬린을 주제로 한 작품을 여럿 그렸는데 그녀는 결국 폐결핵으로 드러눕는다.


6년 뒤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빈자리를 견딜 수 없었던 티소는 황급히 고국 프랑스로 돌아온다. 그리곤 ‘공원 벤치’ 이 작품을 40여 년 간이나 자신의 곁에 두고 보면서 그녀를 그리워했다니 그 오매불망(寤寐不忘)의 순애보가 가슴을 적시게 한다.

성공가도를 달렸던 티소는 캐슬린과의 만남으로 인해 보수적인 영국 화단에서 퇴출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쩌면 평생을 그녀를 사랑했다. 드라마를 보자면 사랑을 테마로 한 것들이 여전하다.

하지만 요즘의 드라마 사랑 이야기는 마치 쓸쓸히 혼자서 먹는 ‘혼밥’의 인스턴트 식품인 양 그렇게 깊이가 없고 맛 역시 밍밍하다는 느낌이다. 지난 4월 하순, 효자 아들에게서 오는 5월 첫 주의 황금연휴 때 우리가족도 어디로든 여행을 가자는 문자가 왔었다.

그러나 지난 5월1일 근로자의 날은 물론이요 어버이날에도 근무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 상 아들의 후의(厚意)를 수용할 수 없었다. “아빠는 못 가지만 대신 네 엄마랑 동생, 그리고 매제랑 같이 다녀오려무나.”

-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 라는 말이 있다. 비록 가족여행에 동행은 못할지언정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서 보고 듣고 맛보는 것까지도 나는 족히 ‘바라볼 수’ 있음에 연휴의 근무임에도 굳이 불평하지 않으련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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