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45. 제천역 가락국수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145. 제천역 가락국수

토렴이 따랐기에 더 좋았던…

  • 승인 2017-05-30 00:01
  • 홍경석홍경석
▲ 1985년 3월 당시 대전역 가락국수 식당 전경. 별도의 좌석 테이블 없이 조리실 건물 주변에서 조리된 국수를 받아 그 자리에서 서서 먹는 구조였기에, 단시간에 많은 손님을 받아낼 수 있었다./출처=나무위키
▲ 1985년 3월 당시 대전역 가락국수 식당 전경. 별도의 좌석 테이블 없이 조리실 건물 주변에서 조리된 국수를 받아 그 자리에서 서서 먹는 구조였기에, 단시간에 많은 손님을 받아낼 수 있었다./출처=나무위키


“이 열차 잠시 후 제천, 제천역에서 8분간 정차합니다 ~ 아, 제천역 가락국수 ~ 기차가 멈춰서면 와라락 달려갔지 ~ 그 가슴 떨리는 맛 기차가 떠나갈까 후다닥 먹었었지~”

MBC 대학가요제 대상(1983년) 그룹 '에밀레' 출신인 심재경의 <제천역 가락국수>라는 가요다. 이 노래가 독특한 건 노래 초입에 들어있는 “이 열차 잠시 후 제천, 제천역에서 8분간 정차합니다”라는 역무원의 기차 안내방송이다.

제천(堤川)은 충청북도 동북쪽에 있는 시다. 금, 은, 구리, 석회석 따위의 광업과 시멘트 공업이 활발하고 고추와 잎담배, 창호지의 생산도 왕성하다. 그러나 충북인 까닭에 솔직히 몇 번이나 가봤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반면 대전역과 천안역의 가락국수는 여전히 정겹고 기억의 창고에서도 보관이 용이한 상태로 우뚝하다. 먼저 대전역 가락국수의 정체(?)를 살펴보자.

이는 부산과 목포를 직통으로 연결하게 되어 있던 과거 대전역의 승강장에 설치된 식당에서 팔던 가락국수이며 동시대(同時代) 대전의 명물이기도 했다. 대저 서울에서 대전역에 도착할 무렵이면 누구라도 배가 출출한 시점과 조우한다.

▲ 출처=한국관광공사
▲ 출처=한국관광공사

따라서 잠시 정차하는 대전역 플랫폼에서 그 뜨거운 가락국수를 허겁지겁 먹었던 추억이 새롭다. 지금도 대전역 앞과 역사 안에선 대전역 가락국수를 판다. 이번엔 천안역 가락국수 차례다. 소년가장 시절, 천안역 앞에는 가락국숫집이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의 부모님께서 운영한 그 국숫집은 방금 천안역에서 쏟아져 나온 승객들은 물론이거니와 나처럼 근처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단골손님만으로도 만날 그렇게 문전성시를 이뤘다.

친구의 형님께서 집에서 삶은 국수를 자전거에 싣고 가게로 가져오면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이를 토렴하여 손님들에게 팔았다. 이따금 기차표를 끊고 와서 국수를 주문하는 이도 없지 않았다.

그러다가 손님이 많아 가락국수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기차의 출발시간이 목전에 닿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런 때 그 승객은 반도 먹지 못하고 일어나 천안역으로 숨기 일쑤였다. 한데 이럴 때가 나로선 어떤 ‘횡재의 날’에 다름 아니었다.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는 10대의 혈기방장(血氣方壯) 시기였기에 국수는 먹어도 금세 소화가 되었다. 따라서 그 손님이 남기고 간 반 쯤의 국수는 응당(?) 내 몫으로 귀착되었던 것이다. 낯설음은 여행을 떠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가락국수와의 만남은 과거와 상봉하는 살가운 계기와도 통한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시나브로 치아가 부실해지면서 밥보다는 국수가 더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국수, 즉 면(麵)은 밀가루에 물을 부어 반죽을 한 후, 이를 펴서 칼로 가늘게 자른 다음 말려서 물에 넣어 끓여 먹는 음식이다.

▲ 출처=한국관광공사
▲ 출처=한국관광공사

국수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는데 그 역사가 자그마치 기원 전 5000년경부터라고 한다. 국수는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대체로 온면과 냉면으로 나누어진다. 봄과 가을 겨울엔 온면이 대세지만 여름엔 단연 냉면이 으뜸이다.

여름엔 또한 고추장을 듬뿍 넣은 비빔면도 인기인데 얼음이 동동 뜬 식초 가미의 냉수를 곁들이면 더 좋다. 국수는 또한 예부터 장수를 상징하였기에 회갑연이나 결혼식 등지에서도 곧잘 잔치음식으로 냈다.

제천역 가락국수가 과거 중앙선과 태백선 열차를 타던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담았다면 대전역과 천안역 가락국수엔 부산과 목포, 장항선 등지로 가는 이들의 헛헛한 뱃속까지를 ‘사통팔달’로 뚫어주고 채워주던 듬뿍의 정이 있었다.

그 정은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이 따랐기에 사시사철 뜨거움에도 변함이 없어 더 좋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청 2026년 공무직 채용 평균 경쟁률 6.61 대 1… 조리실무사 '최저'
  2. 의대 정원은 늘리는데 비수도권은 교원 확보 난항…감사원 "대책 시급"
  3. 표준연 '플래시 방사선 1초 암 치료기' 프로젝트 시작 "2035년 상용화 목표"
  4. 6개월 째 치솟는 주담대 금리…대전·세종·충남 실수요자 부담 가중
  5. 교복부터 릴스까지… 대전교육감 후보 이색 홍보 경쟁
  1. 임신 23주 600g 신생아 4개월 집중치료 덕분에 '집으로'
  2. 대통령 체험학습 발언에 지역 교원단체 "교권 보호" 한목소리
  3. "지식재산고등법원으로" 특허법원 명칭 개정 목소리 나와
  4. [박현경골프아카데미]호구 안 당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세요..현직 프로들이 말하는 OECD 극복하기
  5. 육군32보병사단, 대전 충무훈련서 민·관·군·경 합동 수송동원 훈련

헤드라인 뉴스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하고… 대전·충청 선거 분위기 고조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하고… 대전·충청 선거 분위기 고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기선을 잡으려는 여야 각 정당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전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고,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충청권 공동대전환'을 선언하는 등 선거 열기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개 시·도지사 후보들은 29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충청권 공동대전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민주당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재명 정부의 '지방주도 성장' 기조에 맞춰 충청을 변방이 아닌..

與 충청 시·도지사 후보, "수도권 일극 깨부순다" 초광역 협력 선언
與 충청 시·도지사 후보, "수도권 일극 깨부순다" 초광역 협력 선언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와 초광역 협력을 내걸며 세몰이에 나섰다. 더 이상 지역 간 소모적인 경쟁 없이 세종 행정수도 완성과 광역 경제·생활권 구축 등 핵심 의제에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를 통해 충청권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이어갔다. 허태정(대전), 조상호(세종), 박수현(충남), 신용한(충북) 시·도지사 후보는 29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권 공동대전환' 선언식을 가졌다. 이들은 "수도권 일극체제는 더 이상 대한민..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지역 곳곳에서 신생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다시금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신규 점포 등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어서다. 기존 상권과 달리 신규 창업 점포가 눈에 띄게 눈에 띄게 확장되자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29일 소상공인 365 빅데이터가 추려낸 대전 신생 핫플레이스는 중구 유천1동 '버드내초등학교' 인근이다. 신생 핫플레이스란, 상권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소로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곳을 뜻한다. 5만 1045㎡ 규모의 해당 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