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55.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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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55. 중년

‘70대 사위’의 웃픈 격정

  • 승인 2017-06-09 00:01
  • 홍경석홍경석


장인어르신께서 십여 년 째 요양원에 계신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이따금 찾아뵙는다. 물론 빈손으론 갈 수 없기에 이것저것 사들고 간다. 지난주의 쉬는 날에도 요양원을 찾았다.

하지만 담당 간병인 아줌마는 장인어르신께서 모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셔서 안 계신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어디 안 좋은 데가 있으신가요?”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감기 기운 비슷한 것이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20여 분을 기다렸으나 오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날도 야근을 들어가야 했기에 함흥차사로 더 기다리기가 뭣해서 5층의 장인어르신 입원실로 올라갔다. 그리곤 들고 간 건강음료 세트를 또 다른 간병인 아줌마에게 드리고 나왔다. 그랬는데…….

다시금 야근을 마치고 나와서 쉬는 날이었던 어제 아침에 발생한 ‘웃픈’, 그러니까 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인 어떤 해프닝이 발생했다. 정성이 부족한 우리부부와 달리 처형과 손위 동서형님 부부께선 매주 1회씩 장인어르신께 문병을 가신다.

얼마 전에도 요양원을 찾았는데 장인어르신께서 입원해 계시는 방에 내가 두고 온 건강음료 세트를 보셨단다. 하여 “누가 왔다 갔나요?”라고 물었다나.

그러자 간병인 아줌마 하는 말이 “네, 며칠 전에 칠십(70) 넘은 노인네하고 (그에 비해) 비교적 젊은 여자가 같이 왔었어요. 그러나 어르신께서 병원에 가시어 오시지 않자 그만 이걸 두고 가셨지요”라고 했단다.

‘칠십 넘은 노인네? 그럼 아버지의 친척 중 누군가가 왔다 갔단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곰곰 생각해봐도 짚이는 사람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혹시?’ 그리곤 아내와의 통화 끝에 물어본 결과의 주인공이 바로 그만 나였던 것이었다.

처형의 그 얘기에 아내는 박장대소를 했단다. 자초지종의 그 얘길 듣던 순간, 나 역시 어이가 상실되면서 급기야 입에 들어가던 밥과 반찬까지 일시에 식탁으로 총알처럼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 여자 눈이 삔 거 아녀? 세상에 내가 어떻게 칠십도 넘은 노인네라는 겨?”

그랬다. 나는 올해 육십도 안 된 불과(?) 59세의 중년이거늘. 중년(中年)은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을 뜻한다. 또한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론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반면 노년(老年)은 확연히 나이가 들어 늙은 때와 명실상부로 늙은 나이를 가리킨다. 이런 관점에서 2년은 더 지나야 비로소 회갑을 맞는 나이의 나에게 벌써부터 “70대 노인” 운운한 것은 분명 어떤 인격모독으로까지 비쳐지는 망발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어려서부터 풍찬노숙으로 잔뼈가 굵었고 뿐만 아니라 산전수전에 이어 공중전까지의 갖은 고생담이 수북하다는 것은 솔직히 인정한다. 아울러 지금도 주근보다 야근이 두 배 많은 박봉의 경비원으로 살자니 꽤 힘든 것도 사실이다.

뿐이던가, 흡사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피로한 심신과 부족한 수면(잠)의 충당을 위해 쉬는 날이면 소주에 의존하여 잠에 빠져드는 행각 역시 어느덧 6년차 ‘경력’에 접어들었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평소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화장품도 고급을 사용한다.

근무하는 날에야 경비원 특유의 복장은 어쩔 수 없으되 휴일엔 아내가 골라준 멋진 옷으로 입는 것 역시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거늘 대체 그 간병인 아줌마는 눈에 뭐가 씌었기에 날더러 칠십도 넘은 노인네라고 그처럼 ‘악담’을 한 것일까?

가수 박상민은 <중년>이란 노래에서 “어떤 이름은 세상을 빛나게 하고 또 어떤 이름은 세상을 슬프게도 하네 ~ 우리가 살았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듯이 세월은 그렇게 내 나이를 더해만 가네~”라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세상에 뉘라서 우리가 살았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랴. 내가 친구와 동창들, 심지어는 직장동료들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다. 그렇긴 하더라도 그렇지 본래의 내 나이인 59살에 두어 살, 아님 더 많게 네댓 살을 인상해서 본다는 시선엔 동의한다.

허나 어제의 상황은 분명 그게 아니지 않았던가! 하기야 나 역시 중년이 되고 보니 가슴에 담고픈 게 참 많다. 또한 점점 많아지는 것은 생각이자 걱정이라는 ‘침잠의 늪’인 건 사실이다. 아직 미혼인 아들 걱정이 그것이요, 작년에 결혼했으되 아직껏 득남(녀)의 낭보를 들려주지 않는 딸의 염려가 바로 이런 주장의 방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년퇴직 후엔 과연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려 역시 때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하기도 일쑤다. 때문에 가요 ‘중년’의 가사처럼 세월의 무심함에 갑자기 실소가 나오는 건 물론이며 내 젊은 날의 꿈들이 있던 그 시절 그곳으로 훨훨 날아가 보고픈 갈망 역시 숨길 수 없는 팩트(fact)다.

허나 천하의 진시황도 돌리지 못한 세월을 누구라서 과연 그리 할 수 있단 말인가!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설경구는 “나 돌아갈래!”를 외치며 죽음을 맞이한다. 생로병사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명제다.

따라서 세월처럼 계속 쌓여만 가는 이마와 눈가 등의 주름을 보톡스 따위로 개선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일시적 면피(免避)의 그런 방법에 의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바라는 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지금도 왕성한 활동과 필력이 대단하세요!”라는 칭찬만큼은 여전히 듣고 싶다는 것이다. 끝으로 장인어르신을 모신 요양원의 그 간병인 아줌마에게 묻고자 한다.

“나에게 칠십 넘은 노인네라고 지칭한 건 그렇다 칩시다. 근데 나랑 동행한 내 아내를 일컬어 ‘젊은 여자’라고 했다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줌마 눈은 정말 사시(斜視)입니까? 내 마누라는 나보다 불과 한 살 아래인 쉰여덟이라고요!”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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