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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신문에선 ‘과학·영재고 학생, 대학 3학년 되면 일반고에 밀린다’는 기사를 냈다. 전국에 각각 20곳, 8곳 있는 과학고와 영재고는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중학교 최상위 학생들이 진학한다고 한다.
카이스트도 신입생의 70%가 과학고·영재고 출신이란다. 이 때문에 영재고와 과학고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일반고 출신들을 압도할 것이란 추측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이스트가 공개한 2013년 신입생들의 출신 고교별 학점 변화를 보면 과학고·영재고 출신 학생들의 성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체되거나 떨어져 결국 일반고 학생들이 3~4학년 때 이들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선행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 가서 목표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번아웃(burn out·신체·정신적으로 소진한 상태)’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도 보도했다.
이 같은 뉴스를 보면서 느낀 바 적지 않았다.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필자는 ‘사교육 불용론(不用論)’을 외치는 사람이다. 결과엔 원인이 개입한다. 여기서 잠시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아들에 이어 딸도 초등학생이 되었다. 주변에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원에 보내는 집들이 점차 많아졌다. 그럼에도 필자는 여전히 가난의 숲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어떡하면 될까를 고심하던 필자는 마침내 어떤 해법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돈이 안 들어가는 나름의 ‘사교육’! 그건 바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주말과 휴일이면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았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도서관엔 동화에서부터 역사와 철학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책들이 가득했다.
못 배운 게 한이 된 필자로선 그러한 도서관의 가득한 책들이 차라리 행복 화수분으로까지 보였다. 아이들과 마주 앉아 각종의 책을 함께 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머리에 지식이 들어차고 학교의 성적까지 덩달아 쑥쑥 오르는 건 상식이다.
예상에 걸맞게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적이 마구 뛰어올랐다. 도서관이 준 만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이 더 지나서 아들도 대학에 갈 날이 다가왔다. 평소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은 덕분에 성적이 늘 상위권이었던 아들은 그예 자신이 원했던 대학에 엿 붙듯이 합격하였다. 그것도 장학생으로.
3년 뒤 이번엔 딸이 대학에 가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줄곧 전교1등을 질주한 딸이긴 했지만 솔직히 그럴 줄은 몰랐다. 그 ‘충격’의 돌출은 지난 2005년 겨울에 발생했다.
수시모집에 원서를 낸 딸이 어느 날 인터넷으로 살피던 중 이렇게 소리 지르는 게 아닌가. “와~ 엄마 아빠, 저 S대학교에 합격했어요! 00의대(예의 상 실제의 대학명은 밝히지 않겠음)에도 동시에요.”그랬다.
딸은 세 곳의 대학에 접수한 수시모집에서 두 곳의 대학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었다. 딸이 다니던 고등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다. 몇 년째 S대 진학자를 내지 못하고 있던 딸의 고교에선 딸이 의대를 간다고 하자 모 선생님께선 집으로까지 찾아오셨다.
“아버님, 장한 따님을 두셔서 정말 부럽습니다. 헌데 녀석이 자꾸만 고집을 피우네요. 부디 S대에 갈 수 있도록 설득 좀 해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정말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며칠간의 감언이설 끝에 딸은 결국 S대 진학으로 방향을 돌렸다.
딸은 S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내처 동 대학원에 진학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이어선 S대학교 병원에서 3년간 인턴과정을 수료했고, 현재는 동교(同校)에서 근무한다.
한국의 사교육 산업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 사교육은 조기 선행 교육과도 부합된다. 한데 이러한 조기 선행 사교육 밑천은 대학에서 금방 드러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예컨대 과학고·영재고 때 배운 내용을 반복하는 1학년 땐 공부가 쉽지만, 2학년 때부턴 고교 때는 배우지 않은 전공 공부가 시작되기에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더불어 지적했다. “전공 수업이 시작되고 전공의 핵심 개념을 처음 소개하는 대학 2학년 때가 가장 공부에 몰두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어릴 때 하도 공부해 대학에 오면 다 지쳐버린다. 따라서 과학 인재들을 망치는 시스템을 왜 나라가 방치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못 의미심장한 지적이라고 보아졌다.“아무 것도 필요 없어 ~ 니가 나를 떠나려 한다면 나를 사랑했단 말도 ~ 모두 연극처럼 느낄 뿐야 ~”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이다. 이유(理由)는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까닭이나 근거를 뜻한다.
그래서 말인데 사교육이 소위 명문대를 갈 수 있는 디딤돌이란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그건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이자 구차한 변명이란 느낌이다. 박미경의 열창이 이어진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어 ~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나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 ~”
비싼 돈 들여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실력이 있는 학생은 얼마든지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다. -‘병(病)은 말(馬)을 타고 들어와서 거북이를 타고 나간다.’- 이는 네덜란드 속담이다. 사교육 대신 평소 도서관을 열심히 출입하면 거북이를 타고 들어와서 말로 바꿔 탄 뒤 명문대로 질주할 수도 있다.
사교육이 만능이란 주장은 필자로선 여전히 작위적 연극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러한 환상은 또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사교육을 이해할 수 없어!”라는 첨언(添言)까지를 동원하게 만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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