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49. 화려한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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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49. 화려한 싱글

아들의 구두를 닦으며

  • 승인 2017-09-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양혜승


아들과 나의 구두를 가지런히 놓았다. 이어선 구두약과 솔을 구두 옆에 놓았다. 융을 물에 적셔 손가락에 감았다. 그러자 비로소 모처럼 '구두닦이'가 됐다는 기분이 들었다. 솔로 구두를 세수시킨 뒤 까만 구두약을 발랐다.



부드러운 융에 묻힌 약간의 구두약으로 문질렀다. 때 빼고 광까지 낸 구두가 드디어 반짝반짝 그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아, 구두를 닦아본 지가 대체 얼마만인가…… 40여 년 전 고향 역전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이 감당하게 된 소년가장의 멍에, 그로 말미암은 간난신고의 점철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다. 지난 봄, 밖에서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둥지를 짓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한 새 한 마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부리로 널브러져 있는 나뭇가지를 골라서 날아가는 모습이 자못 경이로웠다. 부모 새는 새끼들이 알에서 깨는 순간부터 고생길이 훤하다. 하루에도 수백 번이나 먹이를 실어 날라야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굶기 일쑤다.

천적을 피하고자 어린 새의 배설물까지 부리로 물어서 둥지 밖으로 이동시키는 모습에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새들도 이럴진대 인간은……. 그건 그렇다 치고 세월은 총알보다 빨라 아들이 현재의 회사에 입사한 건 7년 전이다.

발군의 실력과 특기의 발휘, 그리고 겸손과 친화력 등으로 무장된 아들은 '대리님'이다. 내년에 '과장님'이 되는 아들이 대전에 온 건 자신의 회사에 입사코자 하는 예비 신입사원들의 깜냥을 사전 점검하고 회사 소개에 이어 면접까지를 총괄코자에서였다.

어제 아들은 모 대학에서 진종일 그 과업을 완수코자 고군분투했다. 그리곤 집에 온 건 어제 저녁 늦게였다. 기다렸다가 같이 외식하면서 아내는 다시금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우린 지금도 주변에서 힘들게, 그리고 거액의 빚을 들여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취업이 안 되어 전전긍긍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엔 대학 아니라 고졸 학력만으로도 소위 펜대를 굴리는 안정된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이른바 명문대 내지 특별한 재주가 없는 이상 대학을 나오지 않고선 입에 풀칠하기에도 급급한 게 저간(這間)의 현실인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마침내는 '인사 면접관'까지 하고 있으니 내 어찌 팔불출임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새삼 인사의 중요성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도 있듯 모든 일에 있어서, 특히나 조직의 관리라고 한다면 적재적소의 유능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구태여 사족의 강조일 것이다. 눈까지 예리한 아들이 좀 더 현명하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길 바라며 아들의 구두에 윤색(潤色)을 강조했다.

이윽고 구두를 잘 닦아 현관 앞에 놓았다.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을 흔들었다. "어서 일어나 아침 먹자.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며?" 아들의 구두가 유난스레 빛났다. 마치 앞날의 더욱 발전을 증명하듯 그렇게.

"결혼은 미친 짓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 이 좋은 세상을 두고 서로 구속해 안달이야~

(중략) 아 모두 미쳤나봐 그런가 봐 ~" 양혜승의 <화려한 싱글>이다.

아들의 현재 신분은 이 가요와 걸맞은 '화려한 싱글'이다. 하지만 나는 아들의 그 싱글이 싫다. 아들도 어서 결혼을 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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