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57. 가을 우체국 앞에서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가요는 삶의 축] 257. 가을 우체국 앞에서

[서평] 고택의 문을 열다

  • 승인 2017-09-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고택문ttt
주근과 야근의 연속근무는 심신을 멍들게 한다. 만성 수면부족은 멍청이도 부족하여 때론 그렇게 벌떡증까지 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러한 폐단과 어떤 '현대병'의 치유 차원에서라도 휴일에 쉬는 건 당연지사다.

일하는 것도 좋지만 치열하게 쉬는, 아니 '노는 것' 역시 현명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란 생각이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암 송시열 선생의 유적인 '남간정사'가 있다. 소풍의 개념으로 여길 즐겨 찾는데 '남간정사' 라는 이 고택(古宅)의 바로 앞에는 작은 연못까지 조성돼 있어 고즈넉의 압권이다.



하지만 여길 그렇게나 자주 찾았으되 그저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지나치기만 했을 따름이었지 학문적 접근으로서의 고찰은 없었다. 따라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는데 최근 이와 연관된 전문도서를 접할 수 있어 적이 반가웠다.

[고택의 門을 열다](모두의 책 출간)는 충청권 대표매거진인 '월간 청풍'에서 10년간 글을 써온 다헌(茶軒) 송은애 시인의 발과 땀으로 일궈진 현장 르포 역작(力作)이다. 여기엔 우암 송시열의 유적인 남간정사를 필두로 '동춘당'과 '송자 고택', '대전 숭현서원'에 이어 '추사 고택'과 '진천 신헌 고택'이 오랜 기간의 잠을 멈추고 숨겨졌던 역사까지를 덩달아 기지개 켜게 한다.



이밖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고택은 다음과 같다. ▲청원 과필헌 고택 ▲파평 윤씨 서윤공파 고택 ▲논산 명재(윤증) 고택 ▲이삼 장군 고택 ▲사계(김장생) 고택 ▲이남규 고택 ▲민칠식 가옥 ▲공주 선교사의 집 ▲충남도지사 관사촌(대전) ▲옥천향교 ▲윤황 고택 ▲김씨 고택(국내 유일의 내시 고택)이다.

다음으론 ▲문헌서원 ▲취백정 ▲돈암 서원 ▲함양 개평마을 ▲제월당&오월재 ▲허삼둘가옥 ▲창평 춘강 고정주 고택 ▲장전 이씨 고택 ▲쌍청당 ▲동해 진사댁 ▲봉소루 ▲군산 히로쓰 가옥 ▲서천 이하복 가옥 ▲대전 이사동지구 ▲덕천군파 사옥 ▲사운 고택 ▲운조루 ▲경북 영주 만죽재 고택 ▲충북 옥천 이지당 ▲부여 정계채 가옥 ▲송용억 가옥 ▲논산 종학당 ▲세종시 유계화 가옥…….

그야말로 전국의 모든 고택을 모두 이 한 권에 담고 있다. 개인적 견해이긴 하되 필자는 마치 성냥갑과도 같아서 답답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그 주택이 멋진 고택이라고 한다면 금상첨화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처음에는 대전과 충남, 충북을 돌며 순차적으로 고택을 취재해 글을 쓰기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충청권에서는 송시열 선생 이야기를 빼면 더 이상 쓸 스토리가 없을 정도였기에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하기야 조선왕조실록에 그 이름이 무려(!) 3,000번 이상이나 오를 정도로 당대에 학문적, 정치적으로도 그 위상과 족적이 또렷했다는 우암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만. 다만 작금에 와서는 그 우암 송시열에 걸맞은 인물과 인재가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는 시절이다.

따라서 그저 실망만이 물참(밀물이 들어오는 때)으로 가득 채워짐에 속이 몹시 상하다. 우리는 어쩌면 '희망'이란 단 한 방울도 없는 암울한 시기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듭되는 북한의 핵 도발 협박과 그러나 외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자주국방의 무위(無爲)에 따른 허탈감 등은 이 같은 푸념의 과녁이다.

어쨌거나 그렇다고 해서 절망의 늪에만 함몰되어선 안 될 일이다. 추석 연휴에 아이들이 집에 온다고 했으니 이 책을 길라잡이 삼아 '전주 한옥마을'이라도 함께 보고 왔음 좋겠다.

저자의 예리한 시선과 천착이 돋보이는, 아울러 조상의 지혜와 슬기를 문(門)을 과감히 열어젖힌 [고택의 문을 열다]는 자녀의 역사공부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음에 일독을 권한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내 ~"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이다. 떠나가는 여름을 배웅하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 이 책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홍경석-인물-210
홍키호테-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2.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2.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3.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대덕특구 사이언스센터' 딥테크 혁신성장 허브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