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62. 섬마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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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62. 섬마을 선생님

'호모 사케르'의 모순 고찰

  • 승인 2017-10-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섬마을


'선생 김봉두'는 2003년에 개봉된 영화다. 서울의 잘 나가는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차승원 분)는 아이들보다 한 술 더 떠 지각을 밥 먹듯이 한다. 그런가 하면 교장 선생님에게도 매일매일 혼나는 이른바 '문제 선생'이다.



교재 연구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고, 학부모들로부터도 돈 봉투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더니 선생 김봉두는 봉투 사건으로 인해 오지의 시골분교로 발령된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담배도 구할 수 없는 오지의 마을로 쫓겨난 김봉두는 좌절의 늪에 빠진다. 전교생이 5명뿐인 강원도 오지 마을 분교에 부임한 김봉두는 오매불망 서울로 돌아갈 날만을 학수고대한다.



결국 시골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순수함과 따뜻함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된 김봉두는 그동안의 불량 선생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선생으로 거듭난다. 이 영화를 보면 섬마을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걸 숭고한 사명감으로까지 받아들이는 선생님, 더욱이 결혼조차 안 한 미혼의 여선생이 잔잔한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후배의 아들이 교대 졸업반이다. 그 후배와 무시로 술을 나누는데 어서 '선생님'으로 취업했음 하는 게 그 후배의 간절한 바람이다. 우리나라에선 선생님이 여전히 존경과 선망의 직업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모 일보에선 얼마 전 "칠흑 같은 관사 퇴근길… 무서워서 늘 전화기 붙들고 다녀"라는 기사를 냈다. 내용인즉 전남 여수시 금오도라는 섬의 어떤 벽지 초등학교가 그러한 불안감의 중심이었다.

교사 관사로 가려면 10분 이상 수풀 길을 지나야 하는데 가로등이 없어 퇴근할 때 손전등은 필수라고 했다. 또한 막상 도착한 교사 관사는 '더럽고, 무섭고, 외로운' 마치 형벌의 관사 생활과도 같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발령을 받아 관사에 와서 방문을 여니 방 안이 온통 새까만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기에 제일 먼저 한 일이 벽지를 사서 도배부터 했다는 교사의 '증언'에서 지금도 이런 학교가 있나 싶었다.

가족과의 '생이별'조차 서글픈 터에 난방시설마저 쇠락되어 겨울이면 관사가 냉동창고 수준이 된다는 부분에 이르면 더욱 커다란 한숨이 쓰나미로 닥쳤다. 설상가상 과거완 달리 도서 벽지 근무에 따른 승진 가점마저 계속 낮아지고 있어 교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1967년에 발표된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다.

이 노래에서도 나오지만 섬 색시는 그녀가 사랑했던 총각 선생님이 상경하는 순간, 자신을 망각할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린 변절한 그 선생에게 비난을 퍼부을 자격이 없다.

왜냐면 사람은 본디 고통스럽고 불편하기까지 했던 지난날은 의도적으로, 아니 어쩜 본능적으로까지 아예 방기코자 하는 성향이 농후한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이 숨어 있다.

조르주 아감벤이라는 학자의 책에도 나온 이 의미는 '벌거벗은 생명'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주권 권력이 사람을 죽여도 하지만 정작 죄가 안 되는 모순이란 뜻이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의해 자행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처형이 그 전형이다.

벽지(僻地), 특히나 항구에서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섬마을이라고 한다면 변덕이 줄 끓듯 하는 바다의 특성 상 안개와 풍랑으로 인해 툭하면 뱃길이 막히기도 다반사다. 아이들이 더욱 줄고 있다. 학생 수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교사가 벽지학교라고 해서, 섬마을이라고 해서 그 곳에 아예 가려고 조차 않는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다. '호모 사케르'의 모순이 교육 현장에까지 침투해선 안 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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